HD현대가 미국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 테라파워(TerraPower)와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이하 SMR)의 핵심설비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HD현대는 20일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설치될 345메가와트(MW) 규모의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odium Fast Reactor, 이하 SFR) ‘나트륨(Natrium)’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제작하는 것이다.
고속로 기반 SMR 개발… 핵심설비 기술력 확보
이번에 HD현대와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SFR은 SMR의 한 종류로,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노심을 안전하게 격납하고 고온·저압 상태의 냉각재를 유지하는 설비다. SFR은 고속 중성자로부터 발생하는 열을 액체 나트륨(소듐)을 통해 냉각하며,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발생량이 20분의 1 수준으로 적어 차세대 SMR 기술 가운데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HD현대의 조선부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주요 핵심 설비를 개발·제작하며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나트륨 프로젝트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허가를 거쳐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위한 SMR 시장 확대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대형 원전의 한계를 보완한 SMR이 글로벌 원전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SMR은 설치와 운영의 유연성이 뛰어나고 안전성이 높아 대형 원전 대비 경제적이며, 환경적 장점도 두드러진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은 2022년 57억 달러에서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에는 약 68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 사업 강화로 글로벌 선도기업 도약
HD현대는 SMR을 중심으로 원자력 사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최초의 해상 원자력 국제민간기구인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를 공동 설립했으며, 올해 2월부터는 글로벌 원자력 선도기업들과 함께 SMR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 시장에서 HD현대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원자로 설비 개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