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에 새긴 꿈, 백제 성왕

  • 등록 2025.03.09 02: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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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에 새긴 꿈, 백제 성왕

 

강이 흐르는 곳에 도시가 있었다. 벽돌이 쌓이고,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도시는 더 이상 웅진이 아니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한 왕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단순한 통치자가 아니었다. 그는 백제를 다시 일으키려는 개혁자였고, 사비라는 새로운 땅에서 미래를 설계한 개척자였다. 그의 이름은 성왕이었다.

 

웅진을 떠나 사비로

 

523년, 성왕이 왕좌에 올랐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무령왕이 닦아 놓은 안정적인 백제를 유지하는 길,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백제를 다시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변화하는 길. 그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후자를 택했다.

 

538년, 성왕은 수도를 웅진에서 사비(부여)로 옮겼다. 웅진은 방어하기 좋은 곳이었지만, 더 이상 백제의 미래를 담을 그릇이 아니었다. 한강을 잃은 백제에게는 새로운 중심지가 필요했다. 사비는 강과 가까웠고, 교역을 하기에 좋은 위치였다. 성왕은 이곳에서 다시 한강을 향한 꿈을 꾸었다.

 

그는 단순히 수도를 옮긴 것이 아니었다. 사비는 새롭게 계획된 도시였다. 궁궐을 짓고, 도로를 정비하고, 나라의 틀을 다시 세웠다. 그리고 그는 백제의 이름마저 바꾸었다. '남부여(南扶餘)'. 한때 강성했던 부여의 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백제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였다.

 

외교와 불교, 백제의 새로운 길

 

성왕은 전쟁만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외교와 문화를 통해 백제를 다시 강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는 중국 양나라와 관계를 맺고, 일본과도 긴밀한 교류를 이어갔다. 백제는 무역과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는 불교를 장려했다. 무령왕 시대부터 이어진 불교문화는 성왕 시대에 더욱 번성했다. 사비로 수도를 옮긴 후, 그는 왕실 중심으로 불교를 적극 후원했고, 이를 통해 나라의 통합을 이루고자 했다. 백제의 사찰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불경이 유입되었다. 백제의 불교문화는 이후 일본에도 전해져, 동아시아 문화 전파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신라와 손잡다, 그러나 배신당하다

 

성왕은 외교적인 감각도 뛰어났다. 백제가 다시 강대국이 되려면 고구려를 견제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신라와 손을 잡았다. 그는 신라의 진흥왕과 동맹을 맺고, 함께 한강 유역을 되찾기로 했다.

 

552년, 백제와 신라 연합군은 한강을 되찾았다. 성왕은 한때 백제의 것이었던 땅을 다시 되찾았다는 기쁨에 빠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신라는 곧 한강 유역을 독차지하며 백제를 배신했다. 백제는 허를 찔렸고, 성왕의 분노는 컸다.

 

그는 신라를 향해 반격을 준비했다. 백제는 군대를 모아 신라로 쳐들어갔다. 554년, 성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신라와 맞섰다. 그러나 운명은 그에게 가혹했다.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군은 신라군에게 패배했고, 성왕은 전장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왕은 죽었지만, 그의 꿈은 남았다

 

성왕은 백제의 미래를 꿈꾸었다. 그는 수도를 옮겼고, 나라의 체제를 개혁했으며, 외교와 불교를 통해 백제를 동아시아의 중심국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한강을 되찾으려는 그의 꿈은 신라의 배신으로 좌절되었고, 그는 전쟁터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뒤를 이은 왕들은 사비에서 백제를 더욱 발전시켰고, 그의 불교 정책은 일본까지 전파되며 백제 문화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비록 한강을 되찾지 못했지만, 백제를 다시 한 번 찬란하게 만들었다.

 

사비의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 새긴 성왕의 꿈도 아직 남아 있다. 그는 백제의 왕이었고, 새로운 시대를 연 개척자였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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