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세운 왕, 신라 원성왕

  • 등록 2025.03.09 16: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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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세운 왕, 원성왕

 

먼 산자락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고, 남쪽으로 흐르는 강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천 년 전에도, 지금도. 하지만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 시대의 이름이, 신라의 한 왕이 바람 속에서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원성왕(元聖王).


그는 혼란의 시대를 살았다. 삼국통일 이후 신라는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왕위는 피바람 속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다. 왕이 바뀔 때마다 귀족들은 충성을 갈아타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았다. 그런 시대에, 그는 왕이 되었다. 그리고 신라는 또 다른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혼란의 시대를 뚫고 왕이 되다
원성왕은 신라의 38대 왕이었다. 그의 즉위는 단순한 왕위 계승이 아니었다. 통일 후 신라는 왕권이 흔들리고 있었다. 무열왕계와 문무왕계의 혈통이 엇갈리며 왕위 다툼이 계속되었고, 진골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 했다.
그 와중에, 그는 왕이 되었다. 스스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했고, 왕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정적을 견제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권력을 지키는 데 머물지 않았다. 신라가 더 이상 왕위 다툼에만 휘둘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라가 다시 강해지려면, 새로운 길이 필요했다.

 

독서삼품과, 나라의 기틀을 세우다
원성왕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교육이었다. 나라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그는 독서삼품과(讀書三品科)를 시행했다. 신라 최초의 공식적인 유학 시험 제도였다. 이 제도를 통해 관리를 선발하고, 학문을 통해 나라를 다스릴 자를 키우고자 했다.
그동안 신라는 혈통과 가문이 권력을 쥐는 사회였다. 그러나 원성왕은 실력 있는 자가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험을 통해 인재를 뽑는다는 것은 곧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귀족들의 반발이 심했다. 결국 독서삼품과는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던진 씨앗은 이후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과거제도의 바탕이 되었다.

 

천문을 읽고, 별을 세우다
그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라는 하늘의 뜻을 읽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늘이 정해주는 길을 따라가야 백성이 편안하고, 나라가 번영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천문학을 발전시키고, 별자리를 연구했다.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가 바로 첨성대였다. 첨성대는 단순한 돌탑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늘을 읽고, 농사를 계획하며, 왕이 나아갈 길을 정하는 도구였다. 별을 읽는다는 것은 곧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었다. 하늘의 변화를 먼저 알아야 백성을 다스릴 수 있었다.
천문학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불교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불법(佛法)을 통해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황룡사와 불국사를 중건하며, 신라의 중심이 되는 사찰을 더욱 웅장하게 만들었다. 불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라를 하나로 묶는 힘이었다.

 

그가 남긴 것, 그리고 흐르는 시간
원성왕이 죽은 지 천 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가 만든 법과 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신라의 귀족 사회는 여전히 강했지만, 그의 정책은 이후 고려와 조선에서 꽃을 피웠다. 나라를 다스리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었고, 신라는 더 이상 혈통만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게 되었다.
지금도 첨성대는 서 있다. 그가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황룡사의 터도, 불국사의 기왓장도 여전히 그의 시대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천 년 전 신라의 돌담을 스치던 바람이, 지금도 여전히 신라의 하늘을 감싸고 있다. 원성왕. 그는 피비린내 나는 왕위 다툼 속에서 살아남았고, 신라가 나아갈 길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밤하늘의 별처럼 신라의 역사를 비추고 있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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