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비울 때, 땅은 기다린다 – 교황의 선종과 콘클라베에 대하여

  • 등록 2025.04.24 14: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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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이별이 시작되었다.
로마의 하늘 아래, 땅에서 가장 오래된 의식 중 하나가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한다.

 

첫째, 교황의 선종은 단순한 국가 원수의 서거가 아니다.
바티칸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통치자이자,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종교적 상실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
그 순간부터 바티칸은 ‘세데 바칸테’, 곧 교황좌가 비어 있는 상태에 돌입한다.

 

둘째, 콘클라베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열쇠와 함께 잠긴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비롯된 이 의식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 세계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 안에 모여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채 숙고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말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그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13세기의 방식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결정은 연기로 전달된다.
흰 연기는 새로운 교황의 탄생을, 검은 연기는 미합의를 의미한다.

 

셋째, 이 과정은 ‘신의 뜻을 찾는 시간’이라는 상징을 지닌다.
정치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하며, 권력보다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모인 곳에 이해관계가 없을 수는 없다.
서구와 비서구, 보수와 개혁, 연륜과 변화 사이에서의 긴장은 언제나 존재해 왔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넷째, 교황 선출은 곧 메시지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 출신으로 냉전의 균열을 알렸고, 베네딕토 16세는 교리의 깊이를 상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출신 최초의 교황으로서, 교회의 중심을 ‘중심이 아닌 곳’으로 이동시켰다.
이제 다음 교황은 어떤 시대적 과제를 대변할 것인가.
그는 단순한 한 인물이 아니라, 교회의 방향성과 의지를 입은 얼굴이 된다.

 

마지막으로, 선종은 끝이 아니라 다시 묻는 시작이다.
우리는 누구를 따를 것인가.
우리 시대의 진리와 희망은 무엇인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은 다시 무거워지고,
그 아래 모인 사람들은 하늘을 향한 침묵 속에서 고개를 들어 올린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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