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했다.
우리는 더 이상 친구의 추천으로 책을 고르지 않는다.
TV 프로를 채널 돌리며 찾지도 않는다.
오늘 당신이 본 영상, 들은 음악, 웃었던 농담, 심지어 품었던 생각조차도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율된다.
그 손의 이름은,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매일 수천만 개의 선택지를 쏟아낸다.
그러나 실은, 그것은 선택을 가장한 운명에 가깝다.
"당신을 위한 추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어 했던 것보다,
알고리즘이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을 소비한다.
처음 유튜브는 가능성이었다.
아무나 영상을 올리고,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알고리즘은 그 가능성을 키우는 거름처럼 작동했다.
숨겨진 재능을 끌어올리고, 목소리 없는 사람에게 관중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거름은 점차 규칙이 되었고, 규칙은 또 다른 권력이 되었다.
지금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단순히 "좋은 콘텐츠"를 찾지 않는다.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는가?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들 수 있는가?
더 강한 감정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그 기준에 따라 추천되고, 숨겨지고, 때로는 지워진다.
가끔은 묻는다.
우리는 진짜 '좋아서' 보는 걸까,
아니면 '보게끔 만들어져서' 보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우리는 불편해진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자.
알고리즘은 결코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반영할 뿐이다.
우리가 분노하면 분노를, 웃으면 웃음을, 외로워하면 외로움을 부풀린다.
알고리즘은 우리 안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다.
거기에 비친 것이 추악하든, 찬란하든, 그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있다.
그래서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스스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무심히 끌려가고 있는가.
플랫폼은 무자비하다.
인간의 약점을 알고 있으며,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도 이토록 집요한 플랫폼을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고, 무엇을 사랑할 것인지를."
유튜브 알고리즘은 여전히 돌고 있다.
광속보다 빠르게, 쉼 없이, 당신을 향해 추천을 던진다.
그 혼돈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잃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의미의 창작자이고, 진짜 의미의 시청자다.
우리는 추천받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선택하는 존재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