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연출하는 시대, 우리는 왜 '좋아요'에 맞춰 웃는가

  • 등록 2025.05.31 23: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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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외롭지 않다고 믿고 싶다
팔로워 수는 늘어나고, 피드는 늘 화려하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진짜 감정보다 잘 포장된 감정이 먼저 도착하는 시대
SNS는 공감의 공간이 아니라 연출의 무대가 되고 있다

 

첫째, 좋아요는 현대인의 감정 통화가 되었다
SNS는 처음엔 감정을 공유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누가 더 잘 포장하느냐의 경쟁장이 됐다
기쁜 날은 더 기쁘게, 슬픈 날은 덜 슬프게 표현된다
그 사이에서 진짜 감정은 점점 자리 잡을 틈을 잃는다
결국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마저 디자인하게 된다
이때 좋아요는 일종의 화폐처럼 작동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받은 감정이 더 가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SNS는 관계의 착시를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위로를 건네고, 이모티콘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 관계는 진짜일까
정작 속이 타들어가는 날에도, 누구에게 전화해 털어놓을 용기는 사라진다
대신 익숙한 루틴처럼 사진을 올리고, 괜찮다는 척 글을 쓴다
그러고 나면 누군가가 눌러주는 하트 하나에 스스로를 위로하려 한다
그러나 그 위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지금 이 관계가 진짜인지, 아니면 내가 연출한 이미지에 반응하는 것뿐인지

 

셋째, 사람들은 불편한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SNS는 밝고 예쁜 감정을 좋아한다
화내는 사람보다 웃는 사람, 고민보다 여행
그래서 슬픔은 자주 축소되고, 분노는 종종 삭제된다
대신 무해한 공감, 적당한 행복만 살아남는다
사람들은 점점 ‘사람다운 감정’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게 된다
감정을 드러내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하고
진짜 고민을 털어놓으면 분위기를 깬다고 느낀다
결국 사람들은 감정을 꾸미고 숨기며, 혼자가 되어간다

 

넷째, 우리는 SNS에서 감정보다 인정을 원하고 있다
좋아요를 받기 위해선 감정보다 메시지가 뚜렷해야 하고, 메시지보다 타이밍이 중요해야 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자기 감정을 브랜드처럼 포장한다
인생도 상품처럼 디스플레이 되고, 고통마저 콘텐츠로 변한다
결국 우리는 좋아요를 받기 위해 감정을 왜곡하고, 과장하고, 편집한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나는 사라지고, 좋아요를 받는 가짜 나만 남는다
이렇게 SNS는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을 연출하는 쇼룸이 되어간다

 

다섯째, 감정을 숨기는 시대에는 공감이 사라진다
겉으로는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모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면을 쓴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진짜 속마음을 감추고, 관계에서 밀려나기 싫어 적당히 웃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얇고 부서지기 쉽다
진짜 감정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어떤 온기나 깊이도 생겨나기 어렵다

 

결국 좋아요는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가두는 틀이 되었다
감정의 깊이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고, 관계의 진심은 이모티콘으로 표현될 수 없다
그러니 때로는 SNS를 닫고, 누군가의 눈을 보며 말해야 한다
화면 속 웃는 얼굴 대신, 진짜 목소리로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요가 아니라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감정은 살아나고, 관계는 다시 인간적인 온도를 되찾을 수 있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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