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로 예정된 미국의 25% 관세 유예 종료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번 협상은 단순히 세율을 조정하는 기술적 논의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 경제가 맞이할 산업 환경을 결정짓는 거대한 분수령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철강·조선·배터리 등 한국의 수출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관세 유예 연장이 불발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출 비용은 단기간에 폭증하고, 이는 곧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이번 협상의 최대 민감 분야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전기차·배터리·내연기관차 부문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 및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연계된 규제까지 얽혀 있어, 이번 관세 협상은 단순히 수출 가격이 아닌 산업 전반의 투자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동차 부품사와 협력업체들은 한미 협상의 결과에 따라 향후 생산라인 재배치, 해외 공장 증설, 가격 정책 변경 등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자국 농가 보호를 위해 관세를 무기로 삼고 있고, 한국 역시 일부 농산물의 수입 규제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관세가 부활할 경우, 농가의 피해는 물론이고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청송 사과, 전남의 배와 같은 지역 특산물은 미국 시장 진출의 관문이 좁아지고, 국내 소비자에게는 수입 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무역 문제를 넘어, 민생경제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번 협상의 이면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더 큰 흐름이 있다. 미국은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을 자국 내로 끌어오기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이미 미국 내 현지 투자 확대를 압박받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세율 조정 이상의 구조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면,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력은 단순한 파트너가 아닌 종속적 협력자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이 이번 협상에서 선택해야 할 전략은 단기적 관세 이슈와 장기적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있다. 관세를 최소화하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산업 구조 혁신과 기술 투자 없이는 이러한 협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무역 질서가 과거의 자유무역에서 점점 ‘국가별 이해관계 최우선’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한국이 주도적으로 협상력을 키우려면 다변화된 시장과 독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관세 유예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정부는 외교적 협상 채널을 총동원해 현실적인 이득을 확보해야 하며, 기업들은 미리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협상의 결과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 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미 무역 협상이라는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한국이 어떤 수를 둘지에 따라 향후 10년의 산업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