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도 피곤한 이유, 당신의 뇌가 보내는 신호

  • 등록 2025.08.01 00: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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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충분히 잠을 자고, 특별한 질병도 없는데도 늘 지친 듯한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고, 아무리 쉬어도 개운하지 않다는 말은 이제 익숙한 일상 언어가 되었다. 심지어 푹 자고 일어난 주말 아침에도 “오늘 너무 피곤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연 이 피로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를 가리켜 ‘가짜 피로감(Fake Fatigue)’이라 부른다. 겉보기에는 멀쩡한데도 머리와 몸이 무거운 느낌, 이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정서적 과부하 상태에서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가짜 피로감은 현대인의 일상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하루, 수십 개의 채팅방과 알림, 끊임없이 밀려오는 영상과 정보, 타인의 삶이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SNS. 우리는 매 순간 비교당하고, 반응하고, 해석하고, 무엇보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신을 곤두세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는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침’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느끼는 ‘피곤함’이다.

 

서울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정해림 전문의는 “많은 환자들이 실제로 수면 시간도 충분하고, 신체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는데 피로를 호소합니다. 이는 뇌가 정보 피로와 감정 과잉에 노출되어 휴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의 뇌는 물리적 피로보다 감정 피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신체 증상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피로는 단순한 휴식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보며 소파에 누워 있어도, 정신은 계속 자극을 받는다. 오히려 뇌는 ‘쉬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더 깊은 탈진에 빠진다. 진짜 회복은 능동적이고 목적 있는 쉼에서 시작된다.

 

가짜 피로를 덜어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하루 15분, 스마트폰 없이 걷기. 물리적인 자극이 없는 공간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기. 손으로 일기를 쓰거나, 사소한 정리 정돈을 해보는 것. 모두 뇌에 ‘지금은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행위다. 실제로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예전처럼 무기력하지 않다”는 경험을 공유한다.

 

2030 세대는 특히 이 ‘가짜 피로감’에 민감하다. 늘 비교하고 경쟁해야 했던 시대를 살아온 이들은 멈추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타인의 삶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고 지치게 만들면서도, 정작 왜 피곤한지는 알지 못한다.

 

중요한 건, 이 피로가 당신의 약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민감한 감각과 책임감,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성향이 빚어낸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는 더는 에너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과잉 환경 속에서 ‘어디에 에너지를 써야 할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수면이 아닐지도 모른다. 더 많은 유튜브 영상도, 더 오랜 소셜미디어도 아니다. 나를 괴롭히는 비교를 끊고, 잠시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는 법을 익히는 것. 그것이 진짜 쉼이고, 진짜 회복이다.

 

당신은 지금 진짜 피곤한가, 아니면 그렇게 느끼고 싶은 걸까. 그 질문 하나가, 오늘 당신의 뇌를 살릴 수 있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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