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NFT 열풍은 어느새 조용해진 듯 보인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사라지고, 한때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디지털 이미지가 몇 천 원으로 전락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표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NFT가 ‘진화’ 중이다. 거품이 빠진 후의 시장은 비로소 본질을 점검하고, 실용적 가치와 법적 구조 위에서 재편되고 있다.
최근 미국 항소 법원은 오픈씨(OpenSea)의 전 제품 매니저였던 네이선리얼 체스틴(Nathaniel Chastain)의 내부자 거래 유죄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곧 메인 페이지에 소개될 NFT 정보를 미리 알고 이를 매입해 차익을 얻은 혐의로 유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단순히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는 NFT에 대한 사법적 해석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향후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법적 기준 형성에 있어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제도적 공백과 충돌이 아직 존재하지만, NFT 시장 자체는 되살아나는 중이다. 2025년 7월 NFT 거래량은 5억 7400만 달러에 이르며,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월 대비 거래액이 무려 47.6% 상승했으며, 평균 거래 단가도 상승해 113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이더리움(ETH)을 기반으로 한 고가의 NFT 거래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점차 단타 중심에서 가치 기반 거래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속 없는 NFT는 사라지고, ‘소장가치’와 ‘투자가치’를 동시에 갖춘 프로젝트만 살아남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관점에서도 NFT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재무 자산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임스퀘어(GameSquare)다. 이 회사는 NFT를 회계상 자산으로 공식 편입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NFT를 디지털 수집품이 아닌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산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은 고액 자산가나 펀드 운용사들이 NFT를 장기적 수익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고려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한편 NFT 생태계는 M&A와 기술 융합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기업 Futureverse는 최근 Netflix, MLB, DC Comics 등과 협업했던 NFT 스타트업 Candy Digital을 인수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수집을 넘어, NFT를 팬 경험 강화와 사용자 참여 플랫폼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히 ‘거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팬덤·커뮤니티 기반의 감정 자산과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키가 인수했던 Web3 패션 브랜드 **Rtfkt(아티팩트)**는 올해 초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NFT 스니커즈와 가상 패션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사용자 참여와 가치 유지에 실패하며 결국 철수를 택한 것이다. 이는 NFT가 ‘기술’ 그 자체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커뮤니티와 사용 가치를 창출해야만 지속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NFT 시장은 지금 ‘정리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단기 투기와 과열된 마케팅은 빠르게 사라졌고, 생존한 프로젝트들은 명확한 목적성과 지속 가능한 유틸리티를 갖추고 재정비 중이다. 이제 NFT는 ‘디지털 파일’이 아니라, 법적 해석이 필요한 자산, 기업이 보유하는 가치, 팬이 소유하는 정체성, 이용자가 체험하는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
NFT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