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무역 전쟁, 흔들리는 자유무역의 무대

  • 등록 2025.11.02 10: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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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 권력의 언어에 가깝다.
그가 다시 꺼내든 ‘관세’는 미국이 잃어버렸다고 믿는 힘을 되찾는 상징이 됐다.
10퍼센트의 일률관세, 그리고 상대국에 대한 상호주의 추가관세.
그 단순한 구조 속에는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다.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무역을 손익계산서처럼 대했다.
누가 더 벌고, 누가 더 잃는가.
그의 관점에서 미국은 늘 손해를 봤고,
그 손해를 되돌리는 방법은 세금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이번 관세 전략은 그 압박의 제도화다.
전 세계의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기고,
필요하면 추가 관세로 상대를 조인다.
협상의 출발점이자, 언제든 철회할 수 있는 위협이다.

 

문제는 경제다.
이 전략은 정치적으로는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낳는다.
물가 상승, 수입가격 인상, 소비 위축.
미국 내 제조업이 살아날 가능성보다
가계 부담이 늘 확률이 더 높다.
과거 철강과 알루미늄, 대중(對中) 관세 때도 그랬다.
기업들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넘겼고,
결국 관세의 무게는 중산층이 짊어졌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물러서지 않는다.
관세는 그에게 정치의 언어이자 무대 장치다.
그는 “미국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협상 테이블 위에서 상대국의 인내를 시험한다.
한발 물러나면 패배고, 끝까지 버티면 승리다.
그의 협상은 늘 이런 식이었다.
효율보다 인상, 결과보다 장면.
이 전략이 성공하느냐의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미국이 다시 강해졌다’는 인식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인식의 파도는 미국 안을 넘어선다.
2025년,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의 관세 전략이 만들어낸 균열을 그대로 보여줬다.
자유무역을 기조로 해온 21개 회원국이 모여
“보호주의를 넘어 협력으로 나아가자”는 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선언문 밖의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매겼고,
중국은 보복을 검토했고,
한국과 일본은 면제와 예외를 얻기 위해 별도의 협상을 진행했다.
경주 회담은 자유무역의 축제가 아니라
관세의 그늘 아래 열린 현실적 협상이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회담 역시 그 긴장 위에서 이루어졌다.
두 정상은 관세, 반도체, 수출통제 문제를 놓고 밀고 당겼다.
트럼프는 자신이 세운 관세를 흥정의 칼로 쥐었고,
시진핑은 내수시장과 자원 통제로 맞섰다.
서로의 칼끝이 닿은 그 자리에서,
글로벌 무역의 균형은 흔들리고 있었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는 현금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협력 1500억달러로 하고,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투자가 진행되는 거로

양자 협상은 그렇게 타협점을 찾아갔지만,
그 과정이야말로 트럼프식 세계관의 단면이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세계.”
APEC은 원래 자유무역의 이상을 노래하던 무대였지만,
이제는 각국이 관세의 파도 속에서
자국의 배를 띄우는 법을 배우는 자리로 바뀌었다.

 

관세 전략의 진짜 의미는 경제가 아니라 메시지다.
트럼프는 ‘힘의 언어’를 다시 세계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언어는 APEC 같은 다자협력의 언어와 충돌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협상은 이익의 균형이 아니라 압박의 균형이다.
상대가 손을 내밀 때까지 버티는 것,
그게 트럼프식 리더십의 본질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남는 것은 숫자다.
물가, 수출, 성장률, 투자.
이 모든 지표가 관세의 진짜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정치적 쇼는 끝이 나고,
남는 것은 현실이다.

 

트럼프의 관세 전략은 단기적 승부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여파는 장기적 구조의 언어로 남게 될 것이다.
경주의 선언문이 그랬듯,
세상은 여전히 협력을 말하지만
현장은 이미 경쟁의 냄새로 가득하다.
관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21세기 자유무역의 심장에 박힌 질문이다.
“우리는 다시 벽을 쌓을 것인가,
아니면 그 벽을 협상의 문으로 바꿀 것인가.”
그 답을 써 내려가는 것은 지금 이 시대다.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auroraa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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