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명 – 검은 벽돌과 붉은 용포의 찬란함 벽돌이 쌓였다. 검은색이었다. 그 위엔 사람의 이름도, 피도 없었다. 다만 질서만이 있었다. 주원장(朱元璋). 거지는 황제가 되었고, 구걸하던 손으로 칙령을 썼다. 그는 땅의 끝에서 올라와 하늘의 중심이 되었다. 명(明). 밝을 명. 해와 달이 함께 있는 글자. 그는 어둠의 시대를 걷어낸다는 의미로 그 이름을 택했다. 그러나 밝다는 것은 무엇이 어두운지를 알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 명나라는 원을 부정하면서도 그 유산을 정교하게 재편했다. 관료제는 더 치밀해졌고, 조세 제도는 더 정교해졌다. 백성은 땅을 얻었고, 황제는 법 위에 섰다. 주원장은 법을 믿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믿지 않았고, 오직 자신만을 믿었다. 수천 명의 대신이 숙청되었고, 공신들은 반역자로 몰렸다. 그는 역사를 두려워했고, 역사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는 황제 중심의 독재적 제국을 설계했다. 삼사(三司)는 나뉘었고, 이십삼부(二十三部)는 정비되었으며, 감찰, 형벌, 세금까지 모든 것이 황제의 눈 아래 놓였다. 그 눈은 열려 있었지만, 입은 닫혀 있었다. 그의 손자는 일찍 죽었고, 그의 손자의 아들은 강했다. 영락제(永樂帝). 명나라의
6. 한제국 – 황제라는 이름의 불씨 불은 꺼졌지만, 재는 뜨거웠다. 진나라의 유산은 재로 남았다. 제도는 그대로였고, 길은 연결되어 있었으며, 글자와 법은 아직 손에 익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서웠다. 한 번의 황제는 너무 무거웠다. 다시 천하를 하나로 묶는다는 일은, 마치 죽음을 두 번 겪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시 모였다. 진의 폭정에 반기를 든 자들, 천하의 이름 없는 장수들과 농민 출신의 병사들. 그들 사이에 두 인물이 있었다. 한 사람은 귀족의 후예로, 전략과 기품을 가진 유방(劉邦). 다른 한 사람은 가난한 병사 출신으로, 강철처럼 휘어지지 않는 항우(項羽). 두 사람은 같은 전장에서 싸웠고, 같은 적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뒤, 적은 바뀌었다. 전쟁은 서로를 향했고, 유방은 기다렸고, 항우는 앞서 나갔다. 결국, 불처럼 타오르던 항우는 스스로를 태웠고, 유방은 재 위에 앉았다. 기원전 202년. 유방은 스스로를 한고조(漢高祖)라 칭하고, 한(漢)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진의 제도를 가져오되, 진의 폭력은 지우려 했다. 법가는 유지하되, 부드러운 겉옷을 입혔다. 그 겉옷의 이름이 바로 유학(儒學)이었다. 공자는 죽고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