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가장 먼저 따라붙은 비판은 환경 문제였다.
NFT 한 점을 민팅할 때마다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고 탄소가 배출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디지털 예술가들도 당황했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 기술이 미래를 그린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구가 병들어간다면 의미가 있겠는가.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NFT 생태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친환경 NFT라는 새로운 실험이 조용히 확산 중이다.
첫째, 이더리움 머지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2022년 이더리움은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하는 머지를 단행했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가 99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블록을 채굴하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고성능 연산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담보로 맡긴 토큰을 기반으로 블록 생성 권한을 얻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는 NFT 거래의 친환경화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둘째, 탄소 상쇄형 NFT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NFT를 민팅하거나 거래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그에 상응하는 탄소 크레딧을 구입하거나 환경 보호 프로젝트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장의 NFT를 민팅하면서 10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같은 양의 탄소를 줄이는 프로젝트에 기부하거나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하는 식이다.
일부 NFT 프로젝트는 아예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플랫폼 정책을 바꾸고 있다.
NFT를 즐기되 지구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시도다.
셋째, 친환경 블록체인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폴리곤, 테조스, 플로우 등이다.
이 플랫폼들은 본래부터 에너지 효율성이 높거나 PoS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일부 디지털 아트 마켓플레이스는 아예 친환경 플랫폼 위에서만 NFT를 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환경 의식이 높은 창작자들이 점점 이런 플랫폼으로 이동 중이다.
이제는 단순히 작품의 미학뿐 아니라,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발행되었는가도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
넷째, 친환경 인증 마크 도입도 논의 중이다.
NFT 구매자들이 작품의 환경적 영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프로젝트는 NFT와 함께 탄소중립 인증을 표시하거나, 투명하게 배출량과 상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시도를 넘어 신뢰 기반 커뮤니티 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NFT가 투기적 수단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다섯째, 아직 갈 길은 멀다.
NFT가 친환경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 생태계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여전히 많은 NFT는 에너지 집약적 방식으로 발행되고 있고, 탄소 상쇄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NFT가 새롭게 쏟아지면서 디지털 소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기술 개선뿐 아니라 디지털 소비문화 자체에 대한 성찰이 병행돼야 한다.
NFT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NFT라는 시도는 기술과 윤리가 공존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디지털 예술이 가능하려면 플랫폼, 창작자, 소비자 모두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미래는 예술의 영역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지구와 예술이 함께 지속 가능하기 위한 답을 찾는 것, 그 길 위에 NFT의 미래도 함께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