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늘 같은 듯 다르다. 창문을 여니 찬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그 순간, ‘오늘도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보다 나을 것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이상하게 그 단순한 일상이 마음을 가볍게 했다. 행복이란 게 어쩌면 이런 순간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 사람들은 ‘행복해지는 법’을 너무 많이 찾는다. 책에도, 강의에도, 영상에도 행복이 넘친다. 그런데 정작 그 방법을 익히려다 지쳐버린 사람들이 많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상태인데, 우리는 자꾸 성취처럼 다룬다. “이 정도면 행복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지?”라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행복은 그렇게 계산해서 오는 손님이 아니다.
길을 걷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웃는 사람들을 본다.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 커피 한 잔 들고 햇살을 받는 직장인, 혼자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끄덕이는 청년. 그들은 아무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선언하지 않지만, 그들의 얼굴엔 분명 작은 평화가 있다. 아마도 행복은 그렇게, 자각하지 않아도 옆에 머무는 감정일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노인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벤치에 앉는다. 지나가던 내가 “요즘은 뭐가 즐거우세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 그냥 이 벤치가 아직 내 자린 게 즐겁지.”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는 아무 성취도, 거창한 의미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아직 내 자리’라는 말. 행복은 그렇게 ‘아직 그대로 있음’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족이고, 누군가에게는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친구 한 사람일 수도 있다.
행복을 말하려면 늘 불행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불행이 없으면 행복도 빛을 잃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불행은 생각 속에서 자란다. ‘비교’라는 그림자 아래에서. SNS를 열면 남의 여행, 남의 식탁, 남의 얼굴이 가득하다. 우리는 그 화면 속의 ‘편집된 행복’을 보며 자신의 현실을 재단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들도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비교의 순간을 멈추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하루를 행복하게 살려면, 아주 간단한 연습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젖히고 햇빛을 느끼는 것.
밥을 먹을 때는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
길을 걸을 때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순간만큼은 ‘지금’에 머무는 행위다.
행복은 대부분 그 ‘지금’ 안에 있다.
우린 너무 자주 과거를 탓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친다.
어느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집중이다.”
이 문장을 들은 뒤로 나는 습관을 하나 만들었다.
잠들기 전, 하루 동안 마음이 따뜻했던 장면을 하나 떠올린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았던 일, 오래된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
식탁 위 따뜻한 국물 냄새 같은 사소한 것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이상하게 다음 날의 시작이 부드럽다.
행복이 쌓이는 게 아니라, 연결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우리는 종종 거대한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거대한 행복은 그만큼의 불안도 함께 데려온다. 반면 작은 행복은 조용하고 오래간다.
꽃이 피는 걸 보며 잠깐 미소 짓는 것,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풀리는 것,
그게 하루의 전부일 때도 있다.
그런 날이 쌓이면, 인생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풍경이 된다.
오늘이 아무 일 없는 평범한 하루라도,
그 안에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기분이 있다.
불평할 수도, 감사할 수도 있다.
행복은 언제나 두 마음 사이의 선택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다면
그 순간 이미 행복의 문 안에 들어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