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넘어선 왕, 근초고왕 한강의 물줄기는 쉼 없이 흘러갔다. 강변에 선 한 사내의 눈빛은 한없이 깊고 강했다. 그는 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저 너머,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있었다. 백제의 왕, 근초고왕. 그의 야망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바다를 넘어 더 넓은 세상을 품으려 했다. 강한 왕이 되다 근초고왕은 346년, 백제의 왕좌에 올랐다. 그의 즉위는 단순한 왕의 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백제가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그때까지의 백제는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서 힘을 키우는 성장기였다. 그러나 근초고왕은 더 이상 성장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강한 왕이 되어, 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왕권을 강화했다. 중앙 집권 체제를 확립하며 귀족들의 힘을 조율했고, 백성들을 보호하며 나라의 기초를 다졌다. 그는 정치가였고, 전략가였다. 단순한 군주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릴 줄 아는 자였다. 고구려를 무너뜨리다 백제와 고구려는 한반도의 패권을 두고 오랜 시간 대립해 왔다. 근초고왕은 이를 끝내기로 했다. 그는 먼저 군사를 정비하고, 국력을 다졌다. 그리고 마침내 371년, 대대적인 원정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수도였던 국내성으로 진격한
바람의 왕, 고국원왕 고구려의 고국원왕은 멀리 평양성 밖의 들판을 바라보았다. 광활한 초원이 푸르게 펼쳐져 있었으나 그의 눈에는 근심의 빛이 가득했다. 이 땅을 지켜내는 것이 그의 숙명이었고, 또한 그가 걸어가야 할 외로운 길이었다. 고국원왕은 고구려 제16대 왕으로, 어려운 시기에 즉위했다. 그는 고국천왕의 손자였으며, 미천왕의 아들로서 왕위에 올랐다. 고구려가 북방과 남방에서 끊임없이 적의 침략과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을 때였다. 백제와 신라, 그리고 북으로는 중국의 전연(前燕)까지 그를 끊임없이 위협했다. 왕은 어린 시절부터 전쟁과 정치적 갈등을 겪으며 성장했다.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강인한 의지로 단련되었고,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키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고구려를 둘러싼 힘겨운 싸움은 날이 갈수록 격렬해져갔다. 그의 가장 큰 시련은 남방의 강력한 적인 백제였다. 근초고왕이 이끄는 백제의 군세는 강성하여 고구려의 남부 국경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369년, 근초고왕의 군대가 치열하게 고구려를 침공해왔다.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민초들의 울부짖음이 평양성을 뒤덮었고, 고국원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