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에 새긴 이름, 신라 지증왕
바람 속에 새긴 이름, 지증왕 경주의 들판 위로 바람이 불었다. 오래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그 바람은 늘 같은 듯 다르다.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의 숨결을 품었고, 그 바람 속에는 한 시대를 연 이름도 함께 실려 있다. 지증왕(智證王), 신라의 22대 왕. 나라의 모습을 바꾸고, 새로운 길을 열었던 임금. 사람들은 그를 ‘소를 기르던 왕’이라고도 불렀다. 그러나 그는 그저 소를 기른 것만이 아니라, 신라를 하나의 나라로 만들고, 백성의 삶을 바꾸었다. 신라는 그의 손에서 비로소 나라다워졌다. 신라라는 이름을 세우다 지증왕이 즉위하기 전까지 신라는 ‘사로국(斯盧國)’이라 불렸다. 혁거세 이후 몇백 년이 지났어도 나라의 이름조차 확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신라라는 국호를 정식으로 채택하고,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명칭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었다. 신라는 더 이상 여러 부족이 연합한 느슨한 공동체가 아니라, 왕이 다스리는 국가가 되었다. 그가 바꾼 것은 이름뿐이 아니었다. 그는 지방을 정비하고, 관리들을 파견해 백성들의 삶을 보살피게 했다. 나라는 더 이상 경주에
-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 2025-03-09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