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은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서사시로, 존 밀턴은 이를 12권으로 구성하였다. 작품의 전반부(1~6권)는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이 천국에서 추방된 후 지옥에서 반역을 모의하고, 에덴동산의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권: 타락한 천사들의 지옥 추락
작품은 사탄과 그의 군대가 천국에서의 전쟁에서 패배한 뒤, 불과 유황이 들끓는 지옥으로 추방된 상태에서 시작된다. 사탄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신에 대한 반역 의지를 드러낸다. 그는 지옥에서 추종자들을 모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이들을 격려하여 신에 맞서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다짐한다. 사탄은 지옥 한가운데 웅장한 궁전 ‘판도모니엄(Pandemonium)’을 건설하여 그의 군대를 집결시킨다.
2권: 지옥에서의 회의와 음모
사탄은 판도모니엄에서 추종자들과 회의를 열어, 신에 맞설 방법을 논의한다. 일부는 다시 천국을 공격하자는 의견을 내놓지만, 사탄은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이제 막 창조된 인간 세상을 공격하여 신의 계획을 좌절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탄은 에덴동산으로 떠나 인간을 타락시키는 임무를 자신이 직접 수행하겠다고 선언하며, 지옥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다.
3권: 신의 예지와 인간의 자유의지
천국에서는 신이 사탄의 음모와 그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으므로, 그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희생시키기로 결심한다. 동시에 사탄이 에덴동산으로 향하는 동안의 여정이 묘사된다.
4권: 에덴동산 도착과 인간 관찰
사탄은 에덴동산에 도착해 아름다운 풍경과 인간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한다. 아담과 하와가 무죄 상태로 동산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 사탄은 이들을 타락시킬 방법을 모의하며 분노와 질투를 느낀다. 그러나 그는 한때 천국에서 영광스럽게 존재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뇌에 빠진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악의적인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하고, 하와를 타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5권: 아담과 하와의 꿈과 경고
천사가 아담과 하와를 방문하여 사탄의 접근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편 하와는 꿈속에서 사탄의 유혹을 경험하며, 이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다. 아담은 이를 위로하며 하와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이 경고는 에덴동산의 미래에 대한 암시를 남긴다.
6권: 천국에서의 전쟁 회상
천사가 아담에게 천국에서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이 일으킨 반역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사들의 전쟁은 3일 동안 이어졌으며, 결국 신의 아들이 직접 나서서 사탄을 비롯한 반역 천사들을 패배시키고 지옥으로 추방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를 통해 아담은 사탄의 위험성과 그의 계획을 더욱 경계하게 된다.
전반부는 사탄의 반역과 인간을 타락시키려는 음모가 중심을 이루며,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섭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후반부(7~12권)는 인간의 창조와 타락, 그로 인한 결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천사의 예언과 사탄의 유혹, 아담과 하와의 선택과 그로 인한 추방까지의 이야기가 서술된다.
7권: 창조의 이야기
천사 라파엘은 아담에게 세상의 창조 과정을 설명한다. 신은 천국에서 반역이 일어난 후, 자신의 권능을 드러내기 위해 우주와 인간 세계를 창조했다. 라파엘은 6일 동안 이루어진 창조의 과정을 자세히 묘사하며, 태양과 달, 별, 동식물, 그리고 인간의 창조를 이야기한다. 그는 아담에게 신의 계획을 존중하며, 자신의 자유의지를 현명하게 사용할 것을 당부한다.
8권: 아담의 질문과 대답
아담은 라파엘에게 자신의 창조와 하와와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담은 처음에는 홀로 존재하며 고독을 느꼈지만, 하와가 창조된 후 그녀를 자신의 반려자로 받아들였다. 라파엘은 아담에게 하와와의 관계에서 지혜롭게 행동할 것을 조언하며, 하와를 사랑하되 자신의 이성을 잃지 말라고 경고한다.
9권: 타락의 시작
사탄은 에덴동산으로 돌아와, 뱀의 모습을 빌려 하와를 유혹한다. 하와는 사탄이 제안한 금단의 선악과 열매를 보며 망설이지만, 결국 유혹에 넘어가 열매를 먹는다. 하와는 아담에게도 열매를 권하며, 아담은 하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금단의 열매를 함께 먹는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죄의식과 수치심을 느끼며 서로를 탓하기 시작한다.
10권: 신의 심판
하와와 아담의 타락 이후, 신은 천사를 보내 그들의 죄를 심판한다. 신은 아담과 하와의 타락에 실망하면서도, 인간을 위한 구원의 계획을 준비한다. 사탄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했다고 기뻐하며 지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은 승리의 순간, 자신들이 뱀의 형상으로 변하는 저주를 받으며 고통을 겪는다.
11권: 추방과 새로운 시작의 준비
신은 천사 미카엘을 보내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동산을 떠나야 한다고 전한다. 미카엘은 아담에게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며, 인간이 죄로 인해 겪게 될 고통과 고난을 설명한다. 그는 아벨과 가인의 이야기, 인간의 타락, 그리고 대홍수와 같은 사건들을 통해 죄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예언한다.
12권: 구원의 약속과 새로운 희망
미카엘은 아담에게 인류의 구속자(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계획을 전하며 희망을 준다. 그는 신이 인간에게 구원을 베풀기 위해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아담은 자신들의 추방이 단순한 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품으며 에덴 밖으로 나아간다.
후반부는 인간의 타락과 구속의 가능성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섭리를 깊이 탐구하며,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등장인물
1. 사탄(Satan)
천국에서 반역을 일으키고 패배한 후 지옥으로 추방된 천사로, 인간의 타락을 주도하는 중심 인물이다. 사탄은 권력과 자율성을 추구하며, 신과 인간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행동한다.
2. 아담(Adam)
인류 최초의 남성으로, 에덴동산에서 하와와 함께 신의 축복을 누리지만, 금단의 열매를 먹는 선택으로 인해 타락과 추방을 겪는다. 그는 자유의지와 후회의 상징적 인물이다.
3. 하와(Eve)
아담의 반려자로, 아름다움과 지혜를 겸비했으나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는다. 그녀는 인간의 약점과 회복의 가능성을 대표한다.
4. 신(God)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며 이들의 선택과 책임을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타락한 인간을 위한 구원의 계획을 수립한다.
5. 미카엘(Michael)
천사들의 지도자로, 아담과 하와에게 에덴동산의 추방과 인류의 미래를 전하는 사명을 맡는다.
시대적 배경
《실낙원》은 17세기 중반 영국의 정치적, 종교적 혼란기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시기는 잉글랜드 내전과 청교도 혁명, 왕정복고 등의 격변을 겪으며, 신권 정치와 자유의지가 대두되던 시기였다. 존 밀턴은 공화주의자이자 청교도로서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신앙과 자유의지, 인간 책임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작품은 성경의 창세기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인간의 도덕적 선택과 구원의 가능성을 철학적으로 깊이 탐구하며 당시 종교적 갈등의 여운을 반영하고 있다.
저자 약력
존 밀턴(John Milton, 1608~1674)은 영국의 시인, 작가, 사상가로, 청교도 혁명기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하며 고전과 신학을 깊이 공부했고, 공화주의와 종교적 개혁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 밀턴은 내전 기간 동안 정부의 비서로 활동하며 정치적 저술로도 이름을 알렸다. 왕정복고 이후 실명이라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실낙원》(1667)을 비롯해 《복낙원》(1671) 등을 집필하며 대서사시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섭리라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다룬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