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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암호화폐와 글로벌 금융 질서의 변화

한때는 돈이란 게 그저 종이에 불과했다. 아니, 종이조차 필요 없었다. 쌀이나 소금, 조개껍데기로도 거래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상이 돌고 돌아 이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가 돈이 되고 있다. 암호화폐, 그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권력과 패권의 문제다.

 

미국이 달러로 세계를 주무르던 시대가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든, 경제 위기가 오든, 달러는 안전자산이라 불렸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러시아가 달러 결제를 줄이며, 이제는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된 자산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돈이란 결국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 사람들은 국가가 아닌 코드와 알고리즘을 믿기 시작했다.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수단이라면, 이토록 많은 나라들이 규제에 열을 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준비하고,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앞세워 전통적인 금융 질서를 흔든다. 한편, 비트코인은 제도권 밖에서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피해가는 수단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란과 북한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한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고정된 가치를 유지하며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테더(USDT)나 USD코인(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며, 글로벌 결제와 무역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국가 간 송금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며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것이 또 다른 금융 패권을 형성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고,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경쟁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배경을 좀더 살펴보면, 다음 네 가지 핵심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달러 패권 유지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초월해 거래되며, 정부의 금융정책 영향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달러의 글로벌 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
둘째, 금융 안정성 문제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사가 충분한 준비금을 갖추지 못할 경우,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2022년 테라(UST) 붕괴 이후 미국 정부는 준비금 투명성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셋째, 자금세탁 및 불법 금융활동 우려가 크다. 스테이블코인은 익명성이 강한 특성 탓에 테러자금 조달, 경제제재 회피 등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은 이란과 북한 등의 국가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악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넷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경쟁이다. 미국이 CBDC 도입을 고려하는 가운데,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CBDC의 기능을 대신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정부가 금융정책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논리다.

 

세계 패권 경쟁은 돈의 흐름을 쥔 자의 싸움이다.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지금, 암호화폐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하나의 전장이다. 과거에는 대포와 군함이 힘을 말해줬다면, 이제는 블록체인의 해시 파워가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어느 권력이든, 이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면 뒤처지게 된다.

 

한국은 어디쯤 서 있을까. 가상자산의 규제는 강화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 육성을 말하는 모순적인 정책 속에서 우리는 방향을 잃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말한다. 기술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결국, 암호화폐와 세계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게임이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