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방의 초원과 산맥을 지나온 거친 바람은 고구려의 땅을 스치며, 이곳을 지켜야 할 자를 부르고 있었다. 그 바람의 부름에 응답한 자, 검을 쥔 채 대지를 가르는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대무신왕(大武神王).
그는 고구려를 강한 나라로 만든 왕이었다. 그러나 그의 길은 단순한 정복의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구려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었고,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 길을 개척해야 했다.
그는 싸워야 했다. 그리고 지켜야 했다.
왕이 된다는 것
유리왕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고구려의 왕좌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야 했다.
왕의 아들이라 해서 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가 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힘이 왕을 만든다.
대무신왕은 이를 알고 있었다.
그가 왕이 되던 날, 신하들은 그에게 물었다.
"왕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검을 쥐었다.
고구려는 여전히 작은 나라였다. 사방에는 적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부여는 여전히 강했고, 옥저와 동예는 고구려를 쉽게 보았다.
그가 왕이 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그를 인정해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인정받기 위해 싸워야 했다.
첫 번째 전쟁 - 옥저를 굴복시키다
고구려는 산과 강이 많은 나라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고구려가 강해지려면, 더 넓은 땅이 필요했다. 더 많은 백성이 필요했다.
그 첫 번째 목표가 옥저였다.
옥저는 크지 않은 나라였지만, 고구려의 동쪽을 막고 있었다. 옥저를 차지하면, 고구려는 바다로 나아갈 수 있었다.
대무신왕은 군사를 이끌고 나섰다.
그는 대규모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그는 신속하고 강했다. 단숨에 적을 덮쳤고, 옥저는 저항할 틈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는 피로 나라를 물들이지 않았다.
"나는 이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너희는 고구려의 백성이다."
그는 항복한 자들을 베지 않았다. 그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이것이 바로 그의 방식이었다.
힘으로 굴복시키되, 그 힘을 백성에게 돌려주는 것.
그렇게 옥저는 고구려의 일부가 되었다.
강한 나라를 만들다
대무신왕은 쉬지 않았다.
그의 다음 목표는 부여였다.
부여는 한때 고구려보다 강한 나라였다. 주몽이 떠나기 전까지, 부여는 북방의 패자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고구려가 성장했고, 부여는 약해지고 있었다.
부여의 왕은 고구려를 경계했다. 그는 대무신왕이 자신의 나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먼저 움직였다. 부여의 군대가 고구려를 침공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대무신왕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기다렸다가, 반격했다.
부여의 군대는 고구려의 매서운 공격 앞에 무너졌다.
부여는 더 이상 북방의 패자가 아니었다. 고구려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대무신왕은 선언했다.
"이제부터, 고구려가 이 땅의 주인이다."
그 말은 헛되지 않았다.
그가 만든 길 위에서, 후대의 왕들이 말을 달렸다.
칼을 거두며
세월이 흘렀다.
고구려는 이제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그는 싸웠고, 이겼고, 나라를 키웠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왕이란, 끝없는 싸움을 하는 자다."
그가 한순간이라도 멈추는 순간, 적들은 다시 일어설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다.
그의 시대가 끝나고, 다른 왕들이 그의 길을 이어갔다.
그러나 역사는 기억했다.
고구려를 강한 나라로 만든 왕.
칼과 바람을 등에 지고, 끝없이 달렸던 왕.
그의 이름은 대무신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