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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국사, 포스트 냉전 시대와 21세기 미국(1991~현재)

 

세상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무언가 끝난 뒤의 고요가 아니라,
무언가 시작되기 직전의 정적이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고,
세상은 단 한 개의 기둥 위에 올라섰다.

 

미국.
더 이상 경쟁자는 없었다.
총성이 멈추고, 이념의 벽이 무너지자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그 시절, 경제는 빠르게 움직였다.
컴퓨터는 집 안으로 들어왔고,
인터넷은 사람들을 서로 묶어놓았다.
정보는 돈이 되었고,
속도는 미덕이 되었다.
사람들은 클릭으로 세상을 바꾸고,
화면 속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IT 기업은 새로운 산업의 제국이 되었고,
실리콘밸리는 21세기의 골드러시였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이름들이 세상을 움직였고,
그 이름들조차 더 빠르게 바뀌어갔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만큼
사람의 마음은 따라가지 못했다.
도시는 더 복잡해졌고,
시골은 더 멀어졌으며,
빈부의 간격은 더 깊어졌다.

 

2001년 9월 11일.
그날 아침,
하늘은 맑았고, 거리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두 개의 비행기가
그 모든 일상을 찢어놓았다.
뉴욕의 심장이 무너졌고,
연기가 피어올랐으며,
전 세계가 텔레비전 앞에서 숨을 멈췄다.
테러.
그 단어는
전쟁도 아니고,
국가도 아닌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미국은 다시 전쟁에 들어섰다.
이번엔 국경 너머가 아니라
경계 없는 싸움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빈 라덴, 후세인.
사람들의 이름보다
그들의 얼굴이 먼저 사라졌고,
전쟁은 점점 더
익숙한 뉴스가 되었다.
국가는 안전을 말했고,
사람들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공항에선 신발을 벗었고,
거리에는 감시카메라가 늘었으며,
누군가는 "자유"를,
또 누군가는 "공포"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시장은 움직였고,
기술은 진보했고,
화폐는 디지털이 되었으며,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에서 살기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워스트리트는 다시 무너졌고,
은행은 구조되었으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집을 잃고,
희망을 접고,
한 세대는 다시
불확실 속에서 자라났다.
그 시절의 미국은
더 부유해졌지만,
더 조용하지는 않았다.

 

2010년대,
페미니즘은 다시 불붙었고,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고 외쳤으며,
성소수자들은 거리 위에서 결혼을 약속했다.
조지 플로이드.
그 이름 하나가
전 세계의 광장을 메웠다.
무릎과 숨,
그리고 8분 46초.
그 순간,
사람들은 다시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
정치는 더 격렬해졌다.
공화와 민주,
진보와 보수.
당파는 단지 이념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가정조차 의견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2016년, 트럼프.
그는 말보다 트윗을 앞세웠고,
갈등을 외면하지 않았으며,
자국 우선을 내세웠다.
어떤 이들은 열광했고,
어떤 이들은 분노했다.
그는 대통령이었고,
또 하나의 논쟁이었다.

 

그리고 2020년,
팬데믹.
세상은 조용히 멈췄다.
도시는 텅 비었고,
병원은 가득 찼으며,
사람들은 서로를 멀리했다.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고,
줌 화면 속 얼굴들이
새로운 회의실이 되었으며,
학교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투표했고,
길 위에 섰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했다.
그들은
자유를 이야기했고,
안전을 말했고,
또다시 질문을 꺼냈다.

 

지금 미국은 진통 속에 있다.
인플레이션, 기후위기, 인공지능, 이민 문제.
무대는 넓어졌지만,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안고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이 나라는
과연 모두의 것인가.
질문은 여전하고,
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늘 그렇듯,
움직이며,
논쟁하며,
다시,
한 줄의 헌법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중이다.
그리고
그 오래된 약속—
“우리는 사람으로서,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그 말은
아직도 이 나라의 중심에서
작지만 분명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