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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징어게임 시즌3’, 우리가 기대하는 건 피가 아니다

한때 붉은 운동복과 초록색 체육복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구슬치기와 달고나, 줄다리기 같은 ‘어린 시절 놀이’가 갑작스레 생존의 도구가 되었고, 그 안에서 인간은 본능과 욕망, 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강렬한 한 방, 바로 ‘오징어게임’ 시즌1이었다. 그 후속작인 시즌2가 부담스러운 어깨 위에서 고군분투했고, 이제 시즌3를 앞둔 지금, 사람들의 기대는 다시금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시청자는 단순한 ‘죽음의 향연’에 더 이상 열광하지 않는다.
시즌1이 던졌던 충격, 시즌2가 유지하려 했던 긴장, 그 모든 것을 지나온 시청자들은 지금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 더는 잔혹한 게임의 규칙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지 못한다. 우리가 시즌3에 바라는 것은, 그 잔혹함을 넘은 진짜 인간의 얼굴, 그 안의 감정과 질문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시즌3 티저 예고편은 피보다 '정적'을 선택했다.
말 없는 시선, 깨진 유리창, 흔들리는 조명.
이건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감정과 의미의 공간이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예전보다 훨씬 더 영리해졌다.
이들은 단순히 "누가 죽을까?"가 아니라, "왜 저 사람이 저런 선택을 했을까?"를 묻는다.
‘게임’보다 더 끔찍한 건,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구든, 충분히 궁지에 몰리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징어게임’은 바로 그 질문 위에 세워진 서사다.

 

시즌3가 진정한 진화를 보여주려면, 단순한 플롯의 반전을 넘어서야 한다.
인물의 감정선, 사회적 메시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통찰,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폭력과 죽음의 외피를 쓰되, 그 안에 인간성과 죄의식, 구원과 절망을 담아야만 시즌3는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단지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 대한 비판과 은유였다는 사실을.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 위로 올라갈 사다리를 잃어버린 청년들, 선택지가 없어 죽음을 택하는 삶들.
이 드라마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던 이유는 바로 그 ‘현실의 투사’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즌3 역시 다시금 묻고, 해체하고, 직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는 요즘 더 많은 콘텐츠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스크린은 넘치고, 선택은 많다.
그 많은 이야기 속에서 ‘오징어게임’이 다시 우리의 손을 붙잡으려면,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건드리며, 사유하게 만드는 힘.
그게 없다면, 시즌3는 그저 시즌1의 그림자에 머무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 댓글이 떠오른다.
“죽는 장면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사람이 그렇게 변해가는 게 무서웠다.”
시즌3가 진정 다루어야 할 건, 피가 아니라 그 피를 흘리게 만든 선택과 망설임,
그리고 그 이후의 고통이다.

 

피로 만든 쇼는 끝났다.
이제는 피 속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할 때다.
시즌3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우리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