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기억의 땅, 망각의 정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총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총성은 이제 인간의 내면에서 울린다. 총은 녹슬고, 시체는 묻혔지만, 기억은 결코 매장되지 않는다. 기억은 땅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뿌리는 언제든 다시 피를 흡수한다. 폴 포트가 사라진 후, 캄보디아는 다시 세워졌다. 사람들은 집을 짓고, 시장을 열고, 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그 모든 위에는 묘지가 있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은 과거의 집단 매장지였고, 사찰의 종소리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묻는다는 것은 다시 살아 있는 공포를 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억으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망각으로만 버틸 수 있다. 캄보디아의 재건은 돌을 세우는 일이 아니라, 침묵을 정당화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평화를 선택했고, 정의보다 안정을 택했다. 그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정부는 화해를 말했다. 그러나 화해는 언제나 정치의 언어였다. 그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 진실을 관리했다. 법정이 열렸고,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그곳에서 다뤄진 것은 죄의 일부에 불과했다. 역사 전체를 다루기에는 인간의
4장. 식민의 시간: 신의 나라에서 식민지로 역사는 늘 누군가의 시선에서 다시 태어난다. 앙코르의 돌들이 수백 년 동안 정글 속에 잠들어 있던 그때, 그곳을 다시 ‘발견했다’고 외친 것은 캄보디아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프랑스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문명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다른 문명의 잔해를 ‘소유’하려 했다.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편입한 순간, 이 땅은 더 이상 신의 나라가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연구의 대상’, ‘보존의 가치’, ‘동양의 유적’이 되었다. 앙코르와트는 더 이상 믿음의 중심이 아니라, 유럽 학자들의 박물관 노트에 새겨진 ‘문명 샘플’이었다. 그들이 말한 ‘발견’은 사실상 ‘정복’의 다른 이름이었다. 식민지는 단지 영토가 아니라, 시간의 약탈이었다. 프랑스는 캄보디아의 현재를 지배했고, 그들의 과거를 재해석했으며, 그들의 미래를 설계했다. 즉, “이 나라의 역사는 당신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쓰인다.” 이것이 식민주의의 가장 잔혹한 방식이었다. 총보다 무서운 것은 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는 캄보디아의 유적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정체성’을 파괴했다. 그들은 사원을 청소하고, 벽화를 복원하며, 이
1장. 문명의 강 위에 태어난 신의 나라 모든 문명에는 한 줄기의 물이 있다. 그 물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믿는 방식의 근원이 된다. 캄보디아의 문명도 그러했다. 메콩강은 단지 농업의 젖줄이 아니라, 신과 인간이 타협한 경계선이었다. 사람들은 강이 범람할 때 신의 숨결을 느꼈고, 강이 마를 때 인간의 죄를 떠올렸다. 문명은 늘 신의 뜻을 해석하는 인간의 집착에서 시작된다. 약 2천 년 전, 이 강의 주변에서 소규모 공동체들이 모여 살았다. 그들은 별다른 왕도, 신전도 없이 물과 흙, 햇살을 나누며 생존했다. 그러나 생존이 안정되면 인간은 곧 ‘의미’를 원한다. 그 의미를 가장 빠르게 제공해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권위’, 즉 신이었다. 신을 믿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 문명의 시작이었다. 초기의 캄보디아 왕들은 신이 아닌 인간이었지만, 신의 언어를 독점하면서 신이 되었다. 그들은 강의 물결을 다스릴 수 없었지만, 그 물결을 ‘의식’으로 다스리는 척할 수 있었다. 홍수와 가뭄이 반복될 때, 백성들은 자연을 탓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이 노했다”고 말했고, 그 신은 곧 왕이었다. 왕권은
해양경찰청(청장 김용진)은 법무부와 협력해 필리핀 국적의 국내 최대 규모 코카인 밀반입 사범 A씨를 아르헨티나에서 국내로 송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송환은 해양경찰청이 2025년 4월 2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진행된 대규모 마약 밀반입 수사와 관련이 있다. 당시 수사팀은 강릉 옥계항에 입항해 정박 중이던 벌크선 B호(3만2천 톤급)를 수색하던 중, 1kg 단위로 진공 포장된 코카인 1,690개, 총 약 1.7톤을 발견했다. 이는 국내에서 적발된 코카인 밀반입 사건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A씨는 해당 코카인 밀반입 조직의 핵심 공범 중 한 명으로, 사건 직후인 2025년 3월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경찰청은 같은 해 5월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고, 이후 7월 3일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을 통해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이 A씨를 현지에서 검거한 사실을 통보받았다. 법무부는 아르헨티나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공식 제출했으며,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이 이를 승인함에 따라 양국 간 긴밀한 공조 끝에 송환이 이루어졌다. 해양경찰청과 법무부로 구성된 합동 송환팀은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A씨를 국내로 압송했다. 해양경
라그랑주(Lagrange, LA)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AI 모델의 결과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기존 AI 시스템은 결과를 생성하지만, 그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닫혀 있어 외부에서는 내부 연산이 올바른지 확인하기 어렵다. 라그랑주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지식증명(Zero Knowledge Proof, ZK)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통해 AI 모델의 연산 과정을 노출하지 않고도, 결과가 신뢰할 만하다는 사실을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할 수 있다. 라그랑주는 블록체인의 확장성과 검증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프로젝트는 ZK 프로버 네트워크(ZK Prover Network)와 ZK 코프로세서(Coprocessor)를 중심으로, 대규모 연산을 오프체인에서 처리한 뒤 체인 위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검증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총발행량 라그랑주의 네이티브 토큰은 LA이며, 생태계 내에서 증명 수수료 지불, 프로버 보상, 스테이킹, 거버넌스 참여 등에 사용된다. 공식 문서에 따르면 총 발행량은 10억 개(1,000,000,000 LA) 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