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처럼 흘러간 신라 내물왕의 시간
강물처럼 흘러간 내물왕의 시간 대릉원의 고분들 위로 스치는 바람은 천오백 년을 뛰어넘어 여전히 같은 길을 돈다. 먼지 한 톨까지도 세월이 묻어 있는 경주의 땅을 밟으며 사람들은 잊힌 이름들을 떠올린다. 알영과 혁거세의 신화처럼 빛나진 않지만, 신라가 작은 나라에서 왕국으로 나아가던 그 갈림길에 서 있던 한 사람, 내물왕을 떠올려 본다. 내물 마립간. 신라의 17대 왕. “마립간”이라는 칭호가 등장한 첫 번째 왕. 그 전까지는 모두 “이사금”이었다. 왕이라기보다 대중의 추대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 그러나 내물왕은 그저 백성들의 손에 의해 세워진 지도자가 아니었다. 신라는 그의 시대를 기점으로 왕의 권력이 확립되었고, 철기 문명을 바탕으로 강한 군사력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 그는 바람처럼 왔다가 강물처럼 흘러갔다. 그러나 그가 남긴 것은 강물처럼 깊고 넓었다. 철기 문명을 확립한 왕 내물왕이 즉위한 4세기 후반, 신라는 아직 약소국에 불과했다. 동쪽으로는 바다, 서쪽으로는 강력한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남쪽에는 왜(倭)의 세력이 꿈틀댔다. 철이 있었지만 철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했다. 농기구와 무기가 여전히 덜 정교했고, 전쟁이 벌어지면 수세에 몰리는 일이 많았다
-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 2025-03-09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