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넌 자, 백제의 시조 온조왕
한강의 물줄기는 거세게 흘렀다. 계절이 바뀌어도 멈추지 않았고, 세월이 지나도 그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저 강을 건넌 자가 있었다. 그는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결심을 했고, 먼 길을 떠났다. 그가 남긴 발자국 위에 도성이 세워졌고, 그 도성은 나라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온조왕. 백제의 시조였다.
새로운 터전을 찾아서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나라를 세운 뒤, 그의 뒤를 이을 자리를 두고 혼란이 일었다. 주몽의 아들들 중 비류와 온조는 왕위를 차지할 수 없었다. 그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형제는 사람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낯선 땅이었고, 새로운 시작이었다.
비류는 미추홀(지금의 인천)로 향했다. 바닷가에 자리한 땅이었다. 그러나 그곳의 땅은 척박했고, 강한 바람이 불었다. 비류는 끝내 그곳에서 버티지 못하고 좌절했다. 반면, 온조는 한강 유역을 선택했다.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강이 흐르는 땅이었다. 농사도 지을 수 있었고, 성을 쌓기에도 좋았다. 그는 그곳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고 나라를 세웠다. 나라의 이름은 백제(百濟). 사람들을 널리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나라를 세우다
한강 유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북으로는 고구려, 남으로는 마한과 진한, 그리고 신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강을 따라 교역이 가능했고, 전쟁이 일어나도 방어하기 좋은 지형이었다. 온조왕은 그곳에 도읍을 정하고, 왕권을 세웠다.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잡기 위해 온조왕은 가장 먼저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다. 논을 개간하고, 물길을 정비했다. 강을 따라 마을이 생겨났고, 그 마을은 점점 커졌다. 성을 쌓아 적의 침입을 막았고, 군사를 조직하여 나라를 지킬 힘을 길렀다.
강한 나라를 만들다
온조왕은 단순히 새로운 나라를 세운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백제를 강한 나라로 만들고자 했다.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복속시키고, 세력을 확장했다. 한반도 중부에 자리 잡은 마한의 소국들을 차례로 정복했고, 백제는 점점 커졌다. 마침내, 백제는 마한을 흡수하고 한반도 서남부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도전은 계속되었다. 북쪽에서는 고구려가 강성해지고 있었고, 동쪽에서는 신라가 점차 힘을 키워가고 있었다. 온조왕은 이들과 균형을 맞추며 백제의 입지를 다졌다. 때로는 외교를 펼쳤고, 때로는 전쟁을 치렀다. 그는 단순한 개척자가 아니라, 뛰어난 전략가였다.
한성을 중심으로 한 정치
온조왕은 수도를 한성(漢城, 지금의 서울)으로 정했다. 이곳은 삼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한강을 기반으로 교역을 활성화했고, 농업과 군사를 발전시켰다. 한성은 빠르게 성장했다. 사람들은 몰려들었고, 백성들의 삶은 점점 나아졌다.
정치적으로도 그는 백제를 하나로 묶기 위해 노력했다. 왕권을 강화하고, 법을 정비했다.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내부를 단단하게 다졌다. 그의 통치 아래 백제는 단순한 신생 국가가 아니라, 삼국 시대를 이끌어갈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형제의 엇갈린 운명
비류와 온조, 두 형제의 길은 달랐다. 비류는 미추홀에서 끝내 나라를 이루지 못했다. 땅이 척박했고, 백성들은 고통스러웠다. 비류는 결국 한강 유역에서 번성하는 온조의 백제를 보고 절망했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비류는 병이 들었고, 끝내 세상을 떠났다.
온조는 형을 애도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백제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나라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될 강한 왕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온조왕이 남긴 것
그는 백제의 기틀을 다졌다. 정치, 군사, 경제, 문화—그가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백제는 점점 강한 나라가 되어갔다. 이후 백제는 동아시아의 해상 교역을 주도하는 나라로 성장했고, 일본과도 교류하며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가 세운 한성은 이후 웅진(공주)과 사비(부여)로 수도가 옮겨진 후에도 백제의 정신적 중심으로 남았다. 그의 통치 방식은 후대 왕들에게 이어졌고, 백제의 왕들은 그의 뜻을 이어받아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온조왕이 떠난 뒤에도, 한강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가 처음 그 땅에 도착했던 날처럼, 강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잊히지 않았다. 백제가 존재했던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온조왕의 이야기는 전해졌다.
강을 건넌 자, 새로운 나라를 세우다
그는 단순한 개척자가 아니었다. 그는 백제를 만든 왕이었고, 강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연 개척자였다. 그의 용기와 결단이 없었다면, 백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개척한 길 위에서 백제는 번영했고, 후대 왕들은 그 길을 따라갔다.
그는 강을 건넜다.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 그 강이 흐르는 한, 그의 이름 또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백제의 첫 번째 왕, 온조왕. 그는 시대를 개척한 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