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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하늘의 별을 보다, 신라 선덕여왕

 

하늘의 별을 보다, 신라 선덕여왕

 

신라의 궁궐 기와 위를 스친 바람은 황룡사의 누각을 어루만졌다. 밤하늘엔 별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의 흐름을 읽고, 세상의 변화를 예감했다. 남자들만이 왕이 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그녀는 왕이 되었다.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善德女王). 그녀는 칼을 들지 않았지만, 전쟁보다 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했다. 백제와 고구려의 위협 속에서, 신라를 지키고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을 읽고, 세상을 다스렸다.

 

여왕이 된다는 것
그녀가 왕이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신라는 왕권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귀족들이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왕의 혈통이었어도 여자라는 이유로 왕이 되지 못하던 시대. 하지만 선덕은 달랐다. 법흥왕과 진흥왕이 닦아 놓은 강한 신라, 그 기반 위에서 그녀는 왕이 되었다.
남자들은 불만을 가졌다. 왕은 칼을 들고 전쟁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라를 지켰다. 그녀는 지혜로 싸웠고, 예지로 다스렸다. 신라가 흔들릴 때마다, 그녀는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하늘을 읽고, 미래를 예견하다
선덕여왕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늘을 보고, 별자리를 읽었다. 그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늘의 움직임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읽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올해 안으로 여름인데도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오.”
사람들은 의아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그해 여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제가 군사를 이끌고 신라를 침략했다. 사람들은 놀랐다. 개구리가 울지 않은 것은 백제 군대가 강을 건너오기 전에 미리 기운을 느낀 것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나라의 위기를 미리 알아차렸다.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선덕여왕은 정보를 모으고, 변화를 읽는 능력이 있었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곧 세상을 읽는 일이었다.

 

첨성대를 세우다, 별을 담다
그녀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가 **첨성대(瞻星臺)**다. 신라의 밤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만든 천문대. 지금도 경주에 남아 있는 이 돌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선덕여왕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첨성대는 신라의 과학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였다는 점이다. 그녀는 별을 읽고 농사를 예측했으며, 백성들에게 다가올 변화를 알렸다. 왕은 단순히 군대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황룡사의 종과 불법(佛法)의 힘
선덕여왕은 불교를 깊이 믿었다. 그녀는 불법(佛法)이 나라를 지키는 힘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황룡사의 구층탑을 건설했다. 황룡사는 이미 신라의 중심 사찰이었지만, 그녀는 그곳을 더 거대하고 신성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구층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라의 수호탑이었다. 탑의 아홉 층은 신라가 고구려, 백제, 당나라 같은 강대국들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또한 그녀는 에밀레종을 만들도록 명했다. 에밀레종은 선덕여왕이 직접 보지는 못한 유물이지만, 그녀가 남긴 불교의 유산과 연결된다. 종소리는 백성들에게 평온을 주었고, 신라의 정신을 담아냈다.

 

흐르는 시간,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이름
선덕여왕은 남자들처럼 칼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지혜로 나라를 다스렸다. 백제와 고구려의 위협 속에서 신라를 지켰고, 나라의 문화를 꽃피웠다. 그녀가 없었다면 신라는 삼국의 전쟁 속에서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먼 길을 떠났지만, 그녀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첨성대가 남아 있고, 황룡사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그녀가 믿었던 불법이 여전히 이 땅에 있다. 그리고 하늘은 여전히 신라의 밤을 지켜보고 있다. 별들이 반짝인다. 선덕여왕이 바라보던 하늘, 그녀가 읽었던 별들. 그녀의 시대는 흘러갔지만, 그녀가 남긴 빛은 아직도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