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세운 자가 있었다. 그리고 나라를 키운 자가 있었다. 그러나 나라를 다듬는 일은 그 어느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조선은 태조의 손에서 태어났고, 세종의 손에서 빛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제도가 많았고, 나라의 법은 명확하지 않았다. 왕이 혼자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었다. 신하들과 조정이 움직여야 했고, 나라를 다스리는 틀을 만들어야 했다.
그 일을 한 사람이 성종이었다.

왕이 되다
그는 왕이 될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왕이 되었다.
1469년, 조선의 왕이었던 예종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젊은 왕이었고, 병이 깊었다. 후사가 없었다. 그래서 예종의 어머니, 정희왕후는 결정을 내렸다. 예종의 조카이자, 세조의 손자였던 자을산군이 왕위를 잇게 하였다. 그가 바로 성종이었다.
나이는 열여섯. 너무 어린 나이였다. 나라를 다스릴 경험도 없었고, 정치의 흐름을 읽을 줄도 몰랐다. 하지만 그에겐 신하들이 있었다. 조선의 기틀을 다지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신하들에게 귀를 기울였다.
성종의 조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유교의 나라, 조선을 완성하다
성종은 조선을 다듬었다. 법을 정리하고, 제도를 정비했다. 세조가 무력으로 왕권을 세웠다면, 성종은 학문과 정치로 왕권을 굳혔다.

경국대전, 나라의 틀을 세우다
조선은 새로운 나라였으나, 아직 완벽한 법전이 없었다. 왕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흔들렸고, 나라의 법이 정해지지 않았다. 성종은 이를 바로잡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경국대전(經國大典)을 완성했다.
경국대전은 조선의 법전이었다. 국가 운영의 원칙, 신하들의 역할, 백성들의 권리와 의무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세조 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으나, 성종이 왕이 될 때까지 완성되지 못했다. 성종은 이를 정리하고 반포했다. 이제 조선은 법의 나라가 되었다. 왕이 바뀌어도 나라의 틀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국대전은 조선을 다스리는 근본이 되었다. 이후 500년 동안 조선의 정치와 행정은 이 법전을 기준으로 움직였다.

홍문관을 설치하다
성종은 지혜로운 왕이었지만, 모든 것을 혼자 판단할 수는 없었다. 학문이 필요했고, 올바른 의견을 내는 신하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궁 안에 **홍문관(弘文館)**을 세웠다.
홍문관은 단순한 학문의 기관이 아니었다. 왕을 보좌하는 학자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들은 경전을 연구하고, 왕에게 조언을 했다.
"왕이 옳은 길을 가려면 학문이 필요합니다."
성종은 학문을 정치의 중심에 놓았다. 이후 조선의 정치는 학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성을 위한 정치
성종은 백성을 잊지 않았다. 왕은 백성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창제 정비와 민생 안정
백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먹고 사는 일이었다. 세금이 무겁고, 흉년이 들면 백성들은 굶주렸다. 그래서 성종은 사창제(社倉制)를 정비했다.
사창제는 곡식을 저장해 두었다가, 흉년이 들었을 때 백성들에게 빌려주는 제도였다. 단순한 구휼이 아니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다. 백성들은 이를 통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세금을 정비하고, 지방 관리들이 부당하게 세금을 걷지 못하도록 감찰을 강화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왕을 멀리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책 속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다
성종 시대에는 여성의 지위도 변했다. 이전까지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시가에 남아야 했다. 그러나 성종은 이를 바꾸었다. 여성이 남편이 죽으면 친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성종은 여성들이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법을 정비했다. 조선의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었지만, 성종의 개혁은 여성들이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

그가 남긴 것들
성종은 조용한 왕이었다. 전쟁을 하지 않았고, 피비린내 나는 정치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조선을 다듬었고, 정비했다.
그가 남긴 것은 법과 학문, 그리고 문화였다.
경국대전: 조선을 다스리는 법전. 이후 조선의 모든 왕들이 따르게 된다.
홍문관: 학자들이 모여 나라를 연구하는 기관. 이후 조선의 정치 중심이 된다.
사창제: 백성을 위한 경제 정책. 조선의 민생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성종실록: 그의 치세를 기록한 역사서.
악학궤범: 조선의 음악을 정리한 책. 조선의 음악 체계를 정비하는 기초가 되었다.
성종은 피로 조선을 다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다듬은 조선은 이후 더욱 단단한 나라가 되었다.

마지막 순간
성종은 1494년,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용히 나라를 다스리던 왕이었지만, 그가 남긴 조선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는 조선을 세운 왕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왕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조선을 완성한 왕이었다.
그가 떠난 후, 조선은 경국대전으로 다스려졌고, 학자들은 홍문관에서 나라를 연구했다. 백성들은 사창제를 통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사는 그를 조선의 기틀을 다진 왕으로 기억했다. 성종이 다듬은 조선은 이후 500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조선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그리고 성종은 그렇게 조선 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