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관 앞에 길게 줄 서는 장면은 더 이상 소비의 전형을 설명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패턴은 뚜렷하게 변했다. 그들은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를 사는 대신, 같은 금액을 들여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유명 작가의 전시에 입장하거나,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을 택한다. 물건을 소유하는 만족감보다, ‘경험’을 통해 얻는 순간의 감정과 이를 기록·공유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이 훨씬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 소비는 단순한 유흥의 문제가 아니다. SNS 시대, 경험은 곧 ‘콘텐츠’이고, 콘텐츠는 곧 개인의 브랜드다. MZ세대에게 ‘내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경험했는가’가 더 강력한 자기 표현 수단이 된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명품 가방을 꺼내 보이는 대신, “저번에 다녀온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이나 “3시간 줄 서서 들어간 미술 전시”를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인상적이다. 이 변화는 중고·렌탈 시장의 급성장과도 맞물린다. 소유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비싼 물건은 빌려 쓰거나, 필요할 때만 구입하고 곧 되파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는
안경을 처음 쓰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멀리 보이는 간판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나뭇가지 위 잎사귀의 결까지 보이던 그 놀라움. 그 전까지도 ‘잘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흐릿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거다. 안경은 눈이 가진 한계를 보완해 주고, 왜곡 없이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경이 언제나 진실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렌즈에 흠집이 나 있거나 색이 입혀져 있다면 세상은 또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언론도 그렇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대개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 화면, 자막 속에 있다. 그 창이 깨끗하다면 세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에 먼지가 끼거나, 의도적으로 색이 칠해져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흐릿한 시야에 오래 익숙해지면 스스로 그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경 없이 살아온 사람이 ‘나는 잘 보인다’고 착각하듯, 왜곡된 정보 속에 오래 머문 사람은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다. 이때는 오히려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면 ‘이상하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눈이 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다. 좋은
숨을 쉬는 건 누구나 매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숨 쉬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과 마음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불안과 스트레스가 일상에 파고든 시대에는, 단순한 숨쉬기가 오히려 강력한 치유법이 될 수 있다. 바로 ‘4초 숨쉬기’라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복잡한 도구도, 시간도 필요 없다. 단지 몇 번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으로 몸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호흡법은 이미 명상, 요가, 심리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혈압 조절과 불안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편안하게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코로 4초 동안 숨을 천천히 들이쉰다. 억지로 깊게 마시려고 하지 말고, 편안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 들이쉰 숨을 4초간 멈춘다. 숨을 참는 이 4초 동안 우리 몸은 잠깐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면서 자율신경이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다시 4초 동안 부드럽게 숨을 내쉰다. 마지막으로, 내쉰 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4초 동안 정지한다. 이 과정을 ‘4-4-4-4 호흡’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하루 중 짧게는 1~2분만 해도 효과가 서서
입냄새는 단순한 불쾌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치과나 내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지속적인 입냄새는 구강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 이상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침의 상태와 입냄새의 성질은 당뇨, 간질환, 위장 문제와 같은 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상적인 침은 맑고 투명하지만, 끈적이거나 탁하게 변한 침은 전신 상태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입냄새가 단순히 음식물 때문이 아니라면, 침 분비량이나 성질 변화 자체가 건강 이상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냄새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충치, 잇몸병, 혀에 남은 세균 등 구강 내 요인, 또 하나는 전신 질환에 의한 병적 냄새다. 양치 후에도 계속 냄새가 난다면, 단순한 입안 문제로 보지 말고 몸속 상태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경우 입이 자주 마르고 단내나 금속 맛이 섞인 입냄새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혈당이 높아질수록 침 분비가 줄고, 세균 번식이 쉬워지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당뇨 전단계 환자들도 입냄새나 구강 건조를 통해 이상 신호를
부업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고정 수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계의 틈을 메우고자 한다. 중고거래, 리뷰 수익, 재택근무 등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최근 눈에 띄는 부업이 있다. 바로 AI 콘텐츠 대행이다. AI 콘텐츠 대행이란, 블로그 글, 유튜브 대본, 자기소개서 등 고객이 필요한 글을 대신 작성해주는 일을 말한다. 과거에는 이런 작업을 전문가나 전업 작가가 맡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비전문가도 콘텐츠 대행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일의 본질은 간단하다. 고객이 원하는 주제와 톤을 파악한 뒤, AI를 활용해 글을 작성하고, 사람이 손을 봐서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고객의 요청을 잘 이해하고, AI가 제시한 초안을 적절하게 정리해주는 감각만 있으면 된다. 대부분의 글은 블로그용 짧은 칼럼이나 일상 글, 유튜브 스크립트, 소개 문구 등이다. 길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작업 시간은 보통 한 편당 30분 안팎이며, 건당 단가는 1만 원에서 3만 원 선. 경우에 따라 고
고물가 시대, 손에 쥔 게 없어도 시작할 수 있는 생계형 창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번듯한 철학관이 아닌 작은 노점 천막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는 ‘길거리 사주’가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속성으로 노점사주를 공부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바로 『하루만에 끝내는 노점사주 창업』. 제목 그대로, 사주를 잘 모르던 사람도 단 하루 만에 창업 준비가 가능하도록 구성된 실전 가이드북이다. “사주는 더 이상 신비한 게 아닙니다. 운명을 예언하는 ‘도사’가 되기보다, 사람의 말을 듣고 합리적인 한마디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책은 복잡한 명리학 대신,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 정보에 집중했다. - 띠별 성격과 특징 - 손님 질문에 바로 적용 가능한 ‘당사주’ 요약 - 단 한 줄로 분위기를 바꾸는 ‘주역 해석법’ 초보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요?”에 대한 실전 멘트 방법도 포함했다. "학습법은 일단 책을 두 번 정독한다. 띠별 특징을 다섯 문장씩 밑줄 친다. 당사주의 12가지 특징과 주역점 해석방법을 밑줄 친다. 밑줄친 부분을 암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번 소리
2021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NFT 열풍은 어느새 조용해진 듯 보인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사라지고, 한때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디지털 이미지가 몇 천 원으로 전락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표면 아래에서는 여전히 NFT가 ‘진화’ 중이다. 거품이 빠진 후의 시장은 비로소 본질을 점검하고, 실용적 가치와 법적 구조 위에서 재편되고 있다. 최근 미국 항소 법원은 오픈씨(OpenSea)의 전 제품 매니저였던 네이선리얼 체스틴(Nathaniel Chastain)의 내부자 거래 유죄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 곧 메인 페이지에 소개될 NFT 정보를 미리 알고 이를 매입해 차익을 얻은 혐의로 유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단순히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는 NFT에 대한 사법적 해석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향후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법적 기준 형성에 있어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제도적 공백과 충돌이 아직 존재하지만, NFT 시장 자체는 되살아나는 중이다. 2025년 7월 NFT 거래량은 5억 7400만 달러에 이르며,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월 대비 거래액이
2025년 8월 1일, 한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는 하루 새 3.88% 하락했고, 코스닥 역시 4% 넘게 떨어졌다. 숫자로는 하루짜리 조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장에 남은 여운은 단순한 낙폭 그 이상이었다. 하루 전 발표된 세제개편안이 불씨였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고,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형평성과 공정 과세 원칙, 그리고 고소득 금융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표방해온 기조이기도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하되, 그 안에서도 과세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성장을 독려하되, 과세 정의를 놓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기도 했다. 일종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책 실험’이자, 자본시장과 조세정책 사이 균형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반응했다. 발표 직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1조 원 넘는 매물을 쏟아냈고,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기관 투자자들도 뒤를 따랐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시적인 혼란과 불안이 확산됐다. 그 이유는 정책의 내용 자체라기보다는,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충분히 잠을 자고, 특별한 질병도 없는데도 늘 지친 듯한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고, 아무리 쉬어도 개운하지 않다는 말은 이제 익숙한 일상 언어가 되었다. 심지어 푹 자고 일어난 주말 아침에도 “오늘 너무 피곤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과연 이 피로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를 가리켜 ‘가짜 피로감(Fake Fatigue)’이라 부른다. 겉보기에는 멀쩡한데도 머리와 몸이 무거운 느낌, 이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 정서적 과부하 상태에서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다. 가짜 피로감은 현대인의 일상 구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하루, 수십 개의 채팅방과 알림, 끊임없이 밀려오는 영상과 정보, 타인의 삶이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SNS. 우리는 매 순간 비교당하고, 반응하고, 해석하고, 무엇보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신을 곤두세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는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침’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게 바로 우리가 느끼는 ‘피곤함’이다.
제8장. 청교도 혁명과 왕의 처형 – 권력의 얼굴을 바꾸다 1649년 1월 30일, 런던의 추운 겨울 아침. 찰스 1세가 단두대로 향했다. 군중은 침묵했고, 군인들의 창끝은 긴장처럼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는 알지 못한 채 한 경계를 넘었다. 인간이 신의 이름으로 세운 왕을, 인간이 다시 법의 이름으로 처형한 것이다. 청교도 혁명, 또는 잉글랜드 내전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의 정체에 대한 질문이었다. 왕은 누구의 대리자인가? 신인가, 국민인가? 수백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왕권신수설은 이 질문 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찰스 1세는 스스로를 절대군주로 여겼고, 신의 권위로 세금을 걷고, 의회를 무시했으며,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왜?’ 청교도들은 단지 종교적 신념의 공동체가 아니었다. 그들은 국가의 질서를 바꾸고자 한 이념의 실천가들이었다. 그들의 이상은 간단했다. “신 앞에 평등한 인간은, 법 앞에서도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결국 “왕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급진적 결론으로 이어진다. 1642년, 내전이 시작되었다. 왕당파와 의회파가 충돌했고, 나라는 둘로 갈라졌다. 전쟁은 단지 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