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먹는가? 단순한 질문 같지만, 그 속에는 정치, 권력, 그리고 사회적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채식과 육식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식습관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무엇을 옳고 그름으로 규정하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육식은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고대 왕족과 귀족들은 잔치를 열어 고기를 마음껏 소비함으로써 그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했다. 반면, 가난한 민중은 주로 곡물과 채소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구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고기를 먹는 행위는 경제적 풍요와 연결되며, 채식은 때때로 반문화적 저항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채식주의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을 넘어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환경 보호, 동물권, 지속 가능한 발전과 같은 담론과 연결되면서, 채식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 되었다. 육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고, 공장식 축산이 윤리적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하는 순간, 개인의 식습관은 정치적 입장이 된다. 그리고 정치적 입장은 필연적으로 권력과 부딪친다.
권력은 군중 심리를 이용해 헤게모니를 유지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육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한 문화적 습관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형성된 인식의 결과다. 광고에서는 고기가 풍요로운 삶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학교 급식에서는 육류 소비가 건강한 성장의 필수 요소로 강조된다. 이러한 프레임 속에서 채식주의자는 쉽게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들은 개인적 신념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존재로 비춰진다.
헤게모니(hegemony)는 단순한 강압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자명한 진리처럼 작동한다. 육식이 "정상"이고, 채식은 "특이한 선택"이라는 관념 자체가 권력의 작용이다. 반대로, 채식을 정치적 행동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개인의 식탁은 저항의 공간이 된다. 개인의 선택이 기존 질서를 흔들 수 있는가?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권력을 가장 강력하게 흔드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매일의 식탁 위에서 선택을 한다. 문제는 선택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가에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때때로 권력과 이념의 투쟁이기도 하다.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규정하는 ‘옳고 그름’의 기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먹는 것은 곧 우리가 속한 세계를 반영한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때다.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 그리고 왜 그것을 먹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