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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다를 지킨 왕, 신라 문무대왕

 

바다를 지킨 왕, 신라 문무대왕


동해의 푸른 물결 위로, 천 년을 넘은 파도가 다시 밀려온다. 그 물결 속에는 한 왕의 혼이 잠들어 있다. 뭍이 아닌 바다를 자신의 안식처로 삼은 왕. 신라를 삼국통일로 이끈 군주, 그러나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을 예견하고 스스로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 했던 왕. 그의 이름은 문무왕(文武王).
그는 신라의 왕이었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칼을 들었던 군주였다. 그러나 칼보다도 더 깊은 것은 그의 뜻이었다. 통일의 문을 열었으나, 그 문 너머에는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다가 되어, 끝없이 흐르는 물결이 되어 신라를 지키려 했다.

 

전쟁을 끝내고, 통일을 이루다
문무왕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라의 운명을 짊어진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태종 무열왕 김춘추, 신라 최초의 진골 출신 왕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신라 최고의 장군 김유신이 있었다. 아버지가 길을 열었고, 김유신이 칼을 들었으며, 그는 그 길의 끝을 마무리했다.
그가 왕이 되던 661년, 신라는 여전히 전쟁 중이었다. 백제는 멸망했지만, 부흥군이 일어나 끝까지 저항하고 있었다. 고구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당나라가 신라를 돕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 속내는 달랐다. 당은 신라를 돕는 것이 아니라, 삼국을 집어삼킬 생각이었다. 문무왕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668년, 그는 마침내 고구려를 무너뜨렸다. 삼국은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당나라는 신라 땅을 떠나지 않았다. 백제와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하고 ‘안동도호부’를 세웠다. 통일은 했지만, 나라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문무왕은 또다시 싸워야 했다.
그는 결심했다. 당나라와 싸워야 했다. 김유신과 함께 그는 전국의 군사를 모았다. 신라는 더 이상 당나라의 조력자가 아니라, 대등한 전쟁 상대였다. 670년부터 시작된 전쟁은 길고 험난했다. 그러나 문무왕은 물러서지 않았다. 마침내 676년, 그는 당나라 군대를 몰아냈다. 삼국통일은 이제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신라는 온전히 독립을 지켜냈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노라
그는 신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리고 죽음조차도 신라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여 동해의 큰 바위에 묻어라. 나는 용이 되어 이 나라를 영원히 지키리라.”
그의 유언대로, 그는 화장되었다. 그리고 그의 유골은 동해의 한 바위섬에 뿌려졌다. 그곳이 바로 문무왕 수중릉이다. 신라의 왕릉은 모두 땅 위에 있지만, 오직 그만이 바다에 묻혔다. 그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바다의 용왕이라 불렀다.
수중릉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그것은 신라의 영혼이다. 천 년이 지나도, 그 바다에는 여전히 문무왕의 뜻이 남아 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면 사람들은 말한다. 문무왕이 여전히 신라를 지키고 있다고.

 

그가 남긴 것 – 왕릉과 감은사
문무왕이 남긴 것은 바다뿐만이 아니다. 그는 생전에 감은사(感恩寺)를 세웠다. 그것은 단순한 절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신념을 담은 사찰이었다. 감은사는 그가 죽은 후에도 신라가 평안하기를 기원하며 세운 곳이었다. 감은사의 금당터에서 보면, 멀리 문무왕릉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문무왕이 감은사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이다.
그의 시대에 만들어진 또 다른 유산이 있다. 신라의 해상 방어체제다. 그는 바다를 중요하게 여겼다. 당나라가 언제든지 다시 쳐들어올 수 있었고, 왜구의 위협도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해안을 따라 방어선을 구축했다. 신라는 단순한 육지의 나라가 아니었다. 문무왕 이후, 신라는 동해를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문무왕은 죽었다. 그러나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무덤은 파도 속에서 쉼 없이 숨 쉬고 있다. 신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가 지킨 한반도의 땅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왕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왕이 아니었다. 그는 신라를 하나로 만들었고, 끝까지 지켜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나라를 위해 싸웠고,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바다에 있다.
바람이 분다. 파도가 친다. 천 년이 지나도, 그의 이름은 잊히지 않는다. 문무왕. 그는 신라의 마지막 전쟁을 승리로 이끈 왕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는 신라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