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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국사, 대공황과 뉴딜 시대...1930년대

 

처음엔 조용했다.
은행 문이 닫혔고,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으며,
신문의 광고란이 비어갔다.
누군가는 해고를 통보받았고,
누군가는 그냥 불러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것이 일시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주식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라 믿었다.
그러나 며칠 후,
월스트리트의 유리창이 깨졌고,
건물 아래로 종이들이 날아다녔다.
그 종이들은 계약서였고, 어음이었고,
사람들의 꿈이었다.

 

1929년 10월,
미국 경제는 무너졌다.
그 무너짐은 총소리처럼 요란하지 않았지만,
그 여운은 깊고 길었다.
사람들은 일터에서 쫓겨났고,
집세를 내지 못해 거리를 떠돌았으며,
어떤 이는 다시 밭으로 돌아갔지만
땅은 이미 은행의 소유가 되어 있었다.
뉴욕의 골목에도,
아이오와의 벌판에도,
새크라멘토의 다리 아래에도
실업자들이 모여들었다.
‘후버빌’이라 불린 판잣집 마을들.
거기선 이름보다 배고픔이 더 중요했고,
소문보다 빵 한 조각이 더 믿을 만했다.
누군가는 말이 없었고,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기도했다.
그러나 하나님도, 대통령도,
처음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미국은
침묵하는 거대한 몸 같았다.
움직이지 않고,
숨을 죽이며,
스스로 무게에 눌려가는 중이었다.
그때, 한 사람이 무대 위에 올랐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목소리는 또렷했고,
그 말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그 말 한 줄이
수백만 명의 침묵을 깨웠다.
그는 대통령이었고,
동시에 위로자였고,
무너진 꿈을 다시 쓰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리고 뉴딜(New Deal)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TVA는 강을 제어했고,
CCC는 숲을 복원했고,
WPA는 도로와 학교, 다리를 세웠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들었고,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8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이라는 말이 주어졌다.
노조는 법으로 보호받았고,
은행은 통제되었으며,
주식은 감시되었다.
처음으로,
국가가 시장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자유방임이라는 오래된 철학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닿지 못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던 시절.
라디오가 있었다.
루스벨트는 마이크 앞에 앉아
‘노변담화’를 했다.
그의 말은 마치 마을의 장로 같았고,
벽난로 앞에서 이야기하는 아버지 같았다.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고,
그 말 속에서 작은 희망을 길어 올렸다.
그러나 모두가 그를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정부가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사람들을 의존하게 만든다.”
어떤 이는 말했고,
어떤 이는 소리쳤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임기를 얻었고,
또 세 번째 임기를 준비했다.
그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고,
그 전례 없음은 시대가 요구한 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다시 조금씩 숨을 쉬기 시작했다.
공장은 돌아갔고,
사람들은 일을 했으며,
은행은 문을 닫지 않았고,
거리는 음악과 잡지로 조금씩 채워졌다.
그러나 그 평화는 완전하지 않았다.
흑인들은 여전히 두 번째 줄에 있었고,
여성들은 여전히 임금에서 뒤처졌으며,
농부들은 여전히 기후에 흔들렸다.

 

그리고 먼 유럽에서
다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히틀러라는 이름이 등장했고,
베를린에서 로마로,
그리고 도쿄로 그림자가 번져갔다.
대공황은 끝나가고 있었지만,
세계는 또다른 어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1930년대,
이 잿빛의 시대는
절망과 가능성이 나란히 걷는 시대였다.
국가는 무너졌고,
다시 세워졌으며,
사람들은 절망했고,
다시 걸었다.
그 걷는 발걸음이,
조용히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