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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30세대 가심비, 왜 이제는 가격보다 마음을 사려 하는가

 

한때 유행하던 단어가 있다. '가성비'였다.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기준이 되었고, 기업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상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지금도 유효한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의 기준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의 기능이나 가격이 아닌, '내가 이 소비를 통해 어떤 감정을 얻는가'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가심비'가 주목받는 시대다. 감성의 만족, 나를 만족시키는 가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소비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싼 것이 아니라, 나와 맞는 것. 많은 젊은 세대는 물건을 고를 때 그 제품이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대변해주는지를 고민한다. 누군가는 무심히 들고 다니는 텀블러 하나에도 브랜드 철학과 재활용 정책을 따져본다. 왜일까.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명품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비싸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주는 서사와 스토리,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이 중요해진 것이다. 샤넬의 클래식 백을 들고 있다는 건 단지 가방을 메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람의 삶이 조금 더 정제되어 있고, 클래식한 감성이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이다. 이런 감정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는 SNS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 내가 쓰는 제품이 보여주는 이미지가 곧 내 자아의 연장이 되는 시대, 사람들은 이제 가격표보다 스토리를 읽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화는 ‘가치 소비’다. 친환경 제품이나 비건 뷰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윤리적 소비라는 뚜렷한 의식이 깔려 있다. 자신이 쓰는 물건이 환경을 덜 해치고, 동물의 고통을 줄이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조금 더 비싼 가격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런 소비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과시욕이라기보다, 오히려 내면의 만족감과 정체성을 다지는 방식에 가깝다.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읽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지닌 이야기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감정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누군가는 ‘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우고, 누군가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순간’을 강조한다. 이제 소비는 하나의 경험이고, 브랜드는 감정의 연결 고리다.

 

2030세대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있다. 가격이 아닌 마음, 기능이 아닌 감성, 대량 생산이 아닌 철학. 이 모든 변화는 단순한 소비 행태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시대의 감각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가성비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가심비의 시대다. 그것은 마음의 만족을 통해, 삶을 조금 더 나답게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