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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Z세대, ‘소유’ 대신 ‘경험’을 소비하다

 

백화점 명품관 앞에 길게 줄 서는 장면은 더 이상 소비의 전형을 설명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패턴은 뚜렷하게 변했다. 그들은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를 사는 대신, 같은 금액을 들여 해외 여행을 다녀오거나, 유명 작가의 전시에 입장하거나,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을 택한다. 물건을 소유하는 만족감보다, ‘경험’을 통해 얻는 순간의 감정과 이를 기록·공유하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이 훨씬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 소비는 단순한 유흥의 문제가 아니다. SNS 시대, 경험은 곧 ‘콘텐츠’이고, 콘텐츠는 곧 개인의 브랜드다. MZ세대에게 ‘내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내가 무엇을 경험했는가’가 더 강력한 자기 표현 수단이 된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명품 가방을 꺼내 보이는 대신, “저번에 다녀온 아이슬란드 오로라 여행”이나 “3시간 줄 서서 들어간 미술 전시”를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인상적이다.

 

이 변화는 중고·렌탈 시장의 급성장과도 맞물린다. 소유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비싼 물건은 빌려 쓰거나, 필요할 때만 구입하고 곧 되파는 것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는 이미 2천만 명을 넘어섰고, 패션 렌탈 서비스는 고급 드레스뿐 아니라 가방, 시계, 심지어 명품 신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한 번 입고 끝’일 수 있는 옷을 사는 대신, 여러 번의 행사를 다른 아이템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을 한 번 팔면 거래가 끝났지만, 이제는 한 물건이 여러 사람에게 반복 사용되는 ‘순환형 모델’을 고민한다. 일부 브랜드는 공식 리퍼브(Refurbish) 판매 채널을 열어 중고 제품을 직접 회수·재판매하고, 렌탈 서비스를 병행하며,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경제적·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고물가 시대에 큰돈을 들여 명품을 사는 것보다, 같은 돈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동시에 환경 문제에 민감한 MZ세대는 ‘필요 이상으로 생산·소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물건을 오래 쓰고, 재사용·재판매하는 문화는 그들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진다.

 

물론 경험 소비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순간의 즐거움에 과도하게 지출하는 ‘경험 과소비’나, SNS 과시를 위한 ‘보여주기 소비’라는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보면,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이동이다.

 

‘무엇을 가졌는가’에서 ‘무엇을 경험했는가’로, 소비의 무게추는 이미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기업과 사회가 이 흐름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MZ세대의 선택은 단순히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소비 지형을 바꾸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