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 정부 산하 과학기술청(HTX)과 손잡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에 나선다. 그룹은 2일, ‘2025년 APEC 정상회의’ 주간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K-테크 쇼케이스 행사장에서 HTX와 ‘혁신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협약식에는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일범 GPO 부사장, 박현성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법인장을 비롯해 찬 샨 HTX 청장, 심 앤 싱가포르 외교부 및 내무부 선임국무장관 등 양측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HTX는 2019년 싱가포르 내무부 산하에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과학기술 역량을 활용해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치안, 국경 관리, 보안 시스템, 화생방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해 왔다.

현대차그룹과 HTX는 이번 협약을 통해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 차량(플릿)에 대한 기술 실증 협력을 시작으로, 로보틱스와 수소 등 미래 핵심 기술 전반에 걸쳐 공동 연구와 응용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내무부 차량 운영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8년까지 다목적 모듈형 전동화 플랫폼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의 공공 차량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첫 기술 실증 사례다.

현재 내무부는 다양한 완성차를 수입·개조해 용도별로 운용하고 있으나, 차종과 플랫폼이 분산돼 설계 변경이 어렵고 효율성에도 제약이 있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기아의 PBV(목적 기반 차량)를 중심으로 모듈형 구조와 혁신적 차체 설계를 적용한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다. PBV 기술을 활용해 플릿 통합과 다목적 운용이 가능한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은 싱가포르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과도 연계돼 향후 지속가능한 운송 인프라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HMGICS, HTX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 개발 기술을 지원하고 운영 차량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싱가포르의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번 MOU를 계기로 양측은 로보틱스, 수소에너지,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전반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HTX와 폭넓은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번 협약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

김일범 현대차그룹 GPO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싱가포르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공공 모빌리티 혁신의 실질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로보틱스와 수소 등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을 계속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찬 샨 HTX 청장은 “HTX의 협력은 과학기술을 통해 더 스마트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현대차그룹과의 이번 협력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한계를 확장하고, 이를 실제 운영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설립한 이후, 현지 대학과 정부 기관,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 왔다. 최근에는 난양공대(NTU)와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과 함께 ‘현대차그룹–NTU–ASTAR 기업 연구소’를 개소하며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기술과 정책이 결합한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