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수능시험 날이다.
매년 찾아오는 이 하루는 언제나 특별하다. 거리의 소음이 잦아들고, 도심의 공기가 유난히 맑아진다. 새벽의 버스 안에는 책을 손에 쥔 학생들이 앉아 있고, 부모들은 아침밥 대신 마음을 챙긴다. 온 나라가 한날한시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풍경, 그것이 바로 수능이다.

수능은 단지 한 과목의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세월의 인내와 불안을 버텨온 ‘시간의 결과’다. 수험생이 펜을 쥐기까지 걸어온 길에는 새벽의 졸음, 수없이 지워진 연필 자국, 눈물 섞인 합격의 다짐이 있다. 내일 그들은 그 모든 시간을 한 장의 답안지로 정리한다. 마치 인생의 요약문을 쓰듯이.

많은 어른들이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이 수험생의 마음을 완전히 위로하긴 어렵다. 지금의 그들에게 수능은 단지 시험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다. 미래를 향한 문이 닫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 문 앞에 서 있는 이들의 어깨를 누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내일의 시험은 인생의 시작이지 결론이 아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되는 그들은 곧 세상의 다른 시험들과 마주할 것이다. 그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버티는 힘’이다. 수능이 가르쳐주는 진짜 교훈은 이것이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자신을 믿는 용기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문제의 답은 잊히겠지만, 그 마음만은 오래 남는다.

내일 아침, 전국의 수험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공기를 마실 것이다. 누군가는 손끝이 떨리고, 누군가는 침묵 속에서 자신을 다독일 것이다. 창밖의 바람은 차갑겠지만, 그 바람 속엔 응원의 마음이 실려 있다.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드는 부모의 눈빛, 친구의 짧은 미소,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모두 그들에게 닿을 것이다.

수능은 공정한 시험이지만, 공평한 인생은 아니다. 누군가는 더 빠르게, 누군가는 더 멀리 간다. 그러나 세상은 점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의 문제를 잘 푸는 사람보다, 내일의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이끈다. 그러니 내일 시험을 치르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점수는 당신의 전부가 아니라고. 당신이 걸어온 길, 그 자체가 이미 증거라고.

시험장 안에서는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모든 것이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향해 걸어온 수많은 날들이 이미 당신의 등 뒤에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잠들지 못했던 밤, 다시 일어났던 아침, 눈물로 덮어둔 노트 한 장 한 장이 내일 당신의 펜끝을 지탱할 것이다.

내일의 해가 뜨면, 한 세대의 시간이 또 한 번 움직인다. 교문을 나서는 발걸음마다 새로운 미래가 쓰일 것이다.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단어가 세상을 나누겠지만, 그 구분은 잠시뿐이다. 진짜 인생의 문은 그 다음 날부터 열린다.

그러니 오늘 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이 긴 시간 동안 당신은 이미 충분히 해냈다. 내일의 시험은 단지 그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수많은 응원의 마음이 교실 밖에서 당신을 기다린다. 내일의 책상 위에 놓인 펜 한 자루가, 단순한 필기도구가 아니라 당신의 용기이자 노력의 증표가 되기를 바란다.

내일은 수능시험 날이다.
온 나라가 그대의 한 줄의 답안지를 지켜보며 숨을 고를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지나면, 우리는 모두 알게 될 것이다.
청춘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믿는 힘으로 완성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