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과 언론, 그리고 보는 눈
안경을 처음 쓰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멀리 보이는 간판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나뭇가지 위 잎사귀의 결까지 보이던 그 놀라움. 그 전까지도 ‘잘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흐릿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거다. 안경은 눈이 가진 한계를 보완해 주고, 왜곡 없이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경이 언제나 진실을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렌즈에 흠집이 나 있거나 색이 입혀져 있다면 세상은 또 다른 모양으로 보인다. 언론도 그렇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은 대개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 화면, 자막 속에 있다. 그 창이 깨끗하다면 세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에 먼지가 끼거나, 의도적으로 색이 칠해져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흐릿한 시야에 오래 익숙해지면 스스로 그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안경 없이 살아온 사람이 ‘나는 잘 보인다’고 착각하듯, 왜곡된 정보 속에 오래 머문 사람은 그것이 진실이라 믿는다. 이때는 오히려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면 ‘이상하다’고 반발하기도 한다. 눈이 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다. 좋은
- 헤드라인경제신문 기자
- 2025-08-09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