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왕검, 신단수 아래에서 시작된 나라
하늘이 열리고, 한 나라가 시작되다
태백산 깊은 곳에 자리한 신단수(神壇樹)의 잎사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햇살은 따스했다. 그러나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의 삶은 고단했다. 사방이 어지러웠고, 세상에는 아직 질서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한 혼돈 속에서, 누군가는 이 세상을 다스릴 자격을 가진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의 세상을 다스리고 싶습니다."
하늘 위, 신들의 나라에서 한 존재가 나섰다. 그는 환웅(桓雄)이었다. 환웅은 아버지 환인(桓因)에게 간청했다. 인간 세상이 어지러우니 내려가 그들을 다스리겠다고.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내렸다. 그것은 하늘이 준 권위, 왕이 될 자격이었다.
환웅은 신하들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왔다.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風伯), 비를 부리는 우사(雨師), 구름을 거느리는 운사(雲師). 그들은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자리를 잡고 나라를 열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농사와 법률을 가르치며, 하늘의 뜻을 땅 위에 펼쳐 보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세상을 지켜보던 두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곰과 호랑이.
그들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 하늘의 뜻을 따라 환웅을 찾아와 간청했다. "우리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환웅은 생각에 잠겼다. 그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도 있었지만, 아무에게나 허락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하나의 시련을 내렸다.
"이 마늘과 쑥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버틴다면 인간이 될 것이다."
곰과 호랑이는 시련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호랑이는 참을성이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하지만 곰은 달랐다. 꾹 참고, 조용히, 어둠 속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21일째 되던 날, 곰은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웅녀(熊女)라 불렸다. 웅녀는 인간이 되었지만, 혼자였다. 신단수 아래에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기도했다. "좋은 배필을 만나 아이를 낳고 싶습니다." 환웅은 그녀의 간절한 바람을 들었고, 그녀와 혼인하였다.
그리고 곧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가 바로 단군왕검(檀君王儉)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단군은 강인한 젊은이로 성장했다. 그는 태백산 아래에서 자랐지만, 그에게는 하늘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인간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였다. 그는 사람들을 모아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기원전 2333년, 단군은 아사달(阿斯達)에 도읍을 정하고, 고조선(古朝鮮)을 건국했다. 그것이 한반도 최초의 나라였다. 사람들은 그를 왕으로 떠받들었고, 그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즉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의 나라는 오랫동안 번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다. 단군왕검은 인간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그리고 깊은 산속으로 사라져 신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은 단군을 잊지 않았다. 고려 시대에는 그를 국조(國祖)라 불렀고, 조선 시대에는 나라의 뿌리로 삼았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단군의 정신은 살아 있다.
그는 신화 속 왕이었을까, 아니면 먼 옛날 실재했던 인물이었을까.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의 이야기는 곧 한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였고, 그가 품었던 이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