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공상 과학 기술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연구팀이 살아있는 세포처럼 자유롭게 변형하고, 분리와 합체가 가능한 ‘액체 로봇’을 개발했다.
서울대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재료공학부 선정윤 교수, 가천대학교 박근환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차세대 소프트 로봇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3월 21일자로 게재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이 구현한 ‘알갱이로 무장한 액체 로봇(Particle-armored liquid robot)’은 물을 싫어하는 성질인 소수성 특성을 지닌 미세 알갱이들이 액체 방울을 감싸며 형성된다. 이 구조는 액체의 유연한 변형성에 고체의 구조적 안정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로봇은 충격에 쉽게 깨지지 않으며, 외부 자극에도 원래의 형태로 복원되는 등 생체 세포와 유사한 유연성과 자가 회복 능력을 지녔다.
연구진은 이 액체 로봇이 영화 ‘터미네이터2’에 등장했던 액체 금속 로봇 ‘T-1000’처럼 철창을 통과하거나, 외부 물질을 포획해 내부로 흡수한 뒤 운반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또한 여러 개의 액체 로봇이 결합하거나 분리할 수 있고, 수면과 지면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데 성공했으며, 초음파를 이용해 이동 속도 조절 기술도 확보했다.
이 기술은 향후 의료 분야에서 인체 내 특정 부위로 약물을 전달하는 로봇이나, 재난 현장에서 좁은 틈을 통과해 수색, 세정, 화학처리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 로봇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전효빈 연구원은 “초기에는 물방울을 입자로 감싸는 방식을 고민했지만, 각얼음을 입자로 감싼 뒤 녹이는 방법을 착안하면서 안정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호영 교수는 “현재 음파나 전기장을 이용해 로봇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로봇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로봇 공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정윤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소재의 기능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