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상속인들이 겪는 또 다른 고통은 복잡한 행정 절차다. 고인이 남긴 예금과 금융자산을 찾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현실은 유가족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상속 금융자산 인출 과정을 비대면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상속 금융자산 가상계좌 통합 정산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민생각함을 통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현재 행정안전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망자의 금융자산을 한 번에 조회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 자금을 인출하려면 상속인들이 자산이 있는 모든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속인 전원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서, 위임장, 가족관계증명서 등 다수의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하고, 금융기관마다 요구하는 서류 양식이 달라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일상화된 상황에서도 사망자 명의 계좌 정리는 여전히 디지털 전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자동이체가 본인 명의로만 가능해 상속 절차는 오프라인 방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시스템을 연계한 새로운 행정 절차를 구상했다. 핵심은 방문과 서류 제출 없이 상속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첫 단계는 전자 합의 절차다. 상속인들이 정부24 등을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친 뒤 가족 간 합의를 바탕으로 대표상속인을 지정하고 자금 수령 권한을 위임하는 전자 약정을 체결한다. 이 과정은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두 번째 단계는 일괄 집금이다. 대표상속인 명의로 부여된 상속자산 집금용 가상계좌로 고인이 남긴 모든 금융자산이 자동이체 방식으로 모이게 된다. 금융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자산을 한 계좌로 모으는 구조다.
마지막 단계는 자동 정산이다. 집금된 자금은 상속인들이 사전에 합의한 상속 비율에 따라 각자의 계좌로 자동 송금된다. 이를 통해 복잡한 분배 과정 역시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국민생각함에서 진행된다. 응답자 가운데 100명을 추첨해 5천 원 상당의 모바일 상품권도 제공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기선 국민권익위원회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상속자산 조회는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하지만 실제로 찾는 과정은 여전히 비효율적이라며, 국민 의견을 반영해 유가족들이 행정 절차로 인해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출처=국민권익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