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방의 초원과 산맥을 지나온 거친 바람은 고구려의 땅을 스치며, 이곳을 지켜야 할 자를 부르고 있었다. 그 바람의 부름에 응답한 자, 검을 쥔 채 대지를 가르는 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대무신왕(大武神王). 그는 고구려를 강한 나라로 만든 왕이었다. 그러나 그의 길은 단순한 정복의 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구려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이었고,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 길을 개척해야 했다. 그는 싸워야 했다. 그리고 지켜야 했다. 왕이 된다는 것 유리왕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고구려의 왕좌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해야 했다. 왕의 아들이라 해서 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피가 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힘이 왕을 만든다. 대무신왕은 이를 알고 있었다. 그가 왕이 되던 날, 신하들은 그에게 물었다. "왕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검을 쥐었다. 고구려는 여전히 작은 나라였다. 사방에는 적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부여는 여전히 강했고, 옥저와 동예는 고구려를 쉽게 보았다. 그가 왕이 되었다고 해서, 세상이 그를 인정해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인정받기 위해 싸워야 했다. 첫 번째 전쟁 - 옥저를 굴복시키다 고구려는 산과 강이 많은 나라였다
고구려의 시작은 주몽이었다. 그는 한 사람이었으나, 한 시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자, 두 번째 왕이 된 이는 그저 주몽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왕이 되지 않았다. 그는 떠돌아야 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그의 이름은 유리왕(瑠璃王). 사람들은 흔히 강한 자만 기억한다. 그러나 강한 자란, 처음부터 강했던 것이 아니다. 고구려의 왕이 된다는 것, 그것은 피로 쓰인 운명이었다. 버려진 자의 길 세상에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갖춘 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제 것이었어야 할 것조차 빼앗긴 채 세상을 떠돈다. 유리는 후자였다. 그의 어머니, 예씨는 고구려의 왕이 된 주몽을 기다렸을 것이다. 부여의 땅에 남겨진 채, 언젠가는 자신과 아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으며. 그러나 주몽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했다.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네가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다." 그 길은 곧 유리의 운명이었다. 그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아버지가 있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왕의 아들이라는 증거 고구려의 땅에 도착한 날, 유리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성벽은 높았고, 하늘은 탁 트여
세상에는 수많은 나라가 흥망성쇠를 거듭해 왔지만, 그 시작에는 늘 한 명의 사람이 있었다. 때로는 칼을 들고 전장을 누비던 영웅이었고, 때로는 백성의 고통을 어루만지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하늘의 뜻을 받아 태어난 왕, 그리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자는 드물었다. 그 이름, 주몽(朱蒙). 고구려라는 이름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훨씬 이전, 그는 거친 북방의 강과 초원에서 태어나, 운명처럼 한 나라의 기틀을 세웠다. 강에서 태어난 아이 먼 북방, 부여(夫餘)라는 나라가 있었다. 부여는 한때 강성했으나, 점차 그 힘을 잃고 있었다. 왕은 금와왕(金蛙王)이었고, 그는 오랜 세월을 통치하며 신하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앞에 신비로운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스스로를 유화(柳花)라고 소개했다. 금와왕은 그녀의 출신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강의 신 하백(河伯)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왕이 그녀에게 사연을 묻자,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원래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解慕漱)라는 신과 혼인을 했습니다. 그러나 부여의 왕실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에 버려졌고, 떠
단군왕검, 신단수 아래에서 시작된 나라 하늘이 열리고, 한 나라가 시작되다 태백산 깊은 곳에 자리한 신단수(神壇樹)의 잎사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햇살은 따스했다. 그러나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의 삶은 고단했다. 사방이 어지러웠고, 세상에는 아직 질서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한 혼돈 속에서, 누군가는 이 세상을 다스릴 자격을 가진 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의 세상을 다스리고 싶습니다." 하늘 위, 신들의 나라에서 한 존재가 나섰다. 그는 환웅(桓雄)이었다. 환웅은 아버지 환인(桓因)에게 간청했다. 인간 세상이 어지러우니 내려가 그들을 다스리겠다고.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내렸다. 그것은 하늘이 준 권위, 왕이 될 자격이었다. 환웅은 신하들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왔다.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風伯), 비를 부리는 우사(雨師), 구름을 거느리는 운사(雲師). 그들은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자리를 잡고 나라를 열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농사와 법률을 가르치며, 하늘의 뜻을 땅 위에 펼쳐 보였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세상을 지켜보던 두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곰과 호랑이. 그들은 인간이 되고 싶었다
1. 선사시대 땅 위의 오래된 발자국 아주 오래전, 한반도의 산과 강에는 지금과는 다른 시간이 흘렀다. 계절은 돌고 돌았고, 사람들은 그 계절을 따라 떠돌았다.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고, 물가에 움집을 짓고 살았다. 그들은 먼 훗날 우리가 ‘구석기인’이라고 부르게 될 사람들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날카로운 돌을 쪼개 도구를 만들고, 동굴과 바위 아래에서 거센 바람과 추위를 피했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다른 땅을 찾아 떠났다. 한반도 곳곳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와 긁개, 그리고 불을 사용한 흔적들이 그들의 흔들리는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떠돌기만 하지 않았다. 땅에 머무르며 씨앗을 뿌리고, 기다렸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자신이 심은 곡식들이 자라는 것을 보았다. 강가와 바닷가에서는 조개를 캐고, 그 조개껍질이 산처럼 쌓였다. 이즈음, 사람들은 흙을 빚어 토기를 만들었다. 불에 구운 토기에는 손으로 눌러 만든 무늬가 남았고, 그 무늬는 신석기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신석기 사람들은 강가에 움집을 짓고 한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돌도구는 더욱 정교해졌고, 낚시를 위한 그물추와 뼈바늘이 등장했다.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