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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국사, 진보주의 시대(1890s~1920s)

 

어떤 시기는 소리 없이 시작된다.
거대한 혁명도, 전쟁도 없이
단지 거리의 바람이 다르고,
신문의 문장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고,
사람들의 표정에서 무언가 바뀌었음을 느끼는 시기.
진보주의 시대는 그렇게 왔다.
커다란 환호도 없었고,
하늘을 찌르는 외침도 없었지만,
그 시대는 묵직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속으로, 깊숙이, 조용히.
거리마다 사람이 넘쳤다.
이민자들은 여전히 엘리스 섬을 거쳐 들어왔고,
공장은 여전히 돌아갔고,
굴뚝은 연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틈이 있다는 걸.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빈자들은 더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여전히 공장에 있었고,
여성들은 투표하지 못했으며,
흑인들은 법 아래에서조차 동등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그것을 당연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도시의 기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링컨 스테펀스, 아이다 터벨, 업턴 싱클레어.
그들은 펜을 들었고,
그 펜은 공장의 내부를, 부패한 시청을,
썩은 고기를 덮은 창고를 드러냈다.
‘머크래커’라 불린 이들은
세상의 진창 속으로 들어가
손에 묻히고서야 진실을 건져 올렸다.
1911년,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 화재.
젊은 여성들이 불길에 갇혀 창문으로 뛰어내렸고,
거리에는 잿빛 연기와 울음이 뒤섞였다.
그날, 법은 조금 바뀌었고,
사람들의 양심은 아주 조금 더 민감해졌다.
같은 시대, 여성들은 광장에 섰다.
모자를 눌러쓰고,
치맛자락을 붙잡은 채
투표권을 요구했다.
그들은 모욕을 받았고, 감옥에 갇혔으며,
때로는 식음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남성과 동등한 시민.”
그 짧은 문장을 위해,
그들은 오래 싸웠다.
거기엔 거창한 철학이 아닌,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단단한 의지가 있었다.
한편 정부는 조금씩 그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1901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는 강한 사람이었다.
사냥을 좋아했고, 말을 돌진시키듯 말을 했으며,
불평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거대 기업을 해체했고,
정치의 뒷골목을 밝히기 시작했다.
국립공원을 만들었고,
노동자들의 편에 섰다.
그는 대통령이었지만,
무대 위의 배우처럼 사람들 앞에 섰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따라갔다.
그 시절엔 법이 많아졌다.
식품의 성분은 표기되었고,
철도 요금은 감시받았으며,
어린이 노동은 제한되기 시작했다.
그 모든 변화는 거대한 폭풍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숨소리, 발걸음, 종이 위 잉크 자국이 쌓인 결과였다.
그러나 진보는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
흑인들은 여전히 투표소에서 밀려났고,
학교는 나뉘어 있었으며,
린치는 법의 밖에서 일어났다.
남북전쟁은 끝났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살 속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세상은 갑자기 더 넓어졌다.
유럽에서 전쟁이 시작되었고,
총성이 대서양을 넘어왔다.
미국은 처음엔 중립을 지켰다.
그러나 1917년, 그들은 전쟁에 참전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
그들은 다시 총을 들었고,
다시 국기를 흔들었으며,
다시 희생을 감내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세계는 바뀌었고,
미국도 바뀌었다.

 

1920년.
여성 참정권이 헌법에 명시되었다.
그들은 투표소에 섰고,
마침내 같은 종이 위에 이름을 올렸다.
긴 싸움이 끝났고,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해의 어느 여름,
사람들은 춤을 췄다.
재즈가 거리를 흘렀고,
술은 불법이 되었지만 더 자주 마셔졌으며,
새로운 시대의 공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진보주의 시대는 조용히 저물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모든 것을 바꾸진 못했다.
도시는 여전히 불평등했고,
농촌은 점점 고립되었으며,
사람들의 마음속엔
다음 불안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짧고 빛났던 시기,
누군가는 이름 없는 존재에서
한 명의 시민이 되었고,
누군가는 첫 문장을 써내려갔으며,
누군가는 조용히 미래를 준비했다.
그리고 미국은,
그 조용한 진보의 흔적 위에서
다음 시대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