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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미국사, 냉전 시대(1945~1991년)

 

전쟁은 끝났지만, 세상은 평화롭지 않았다.
총성이 사라진 자리에
더 날카로운 침묵이 들어섰다.
연합은 해체되었고,
동맹은 어색한 악수가 되었으며,
지구는 조용히 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한쪽에는 미국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소련이 있었다.
그 사이의 공기는
무겁고, 불투명하고, 차가웠다.

 

사람들은 그것을 '냉전(冷戰)'이라 불렀다.
뜨겁지 않지만,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긴장.
전쟁이 아닌,
전쟁보다 긴 싸움.
미국은 자유를 말했고,
소련은 평등을 외쳤다.
그 말들 사이에
수백 개의 국경과 수십억의 사람이 놓여 있었다.
무기 경쟁은 침묵 속에서 이루어졌다.
핵폭탄의 수는 숫자로 셀 수 있었지만,
그 공포는 셀 수 없었다.
미국은 수소폭탄을 만들었고,
소련도 곧 따라잡았다.
두 나라는 마치
하늘 끝에다 칼을 매달아 놓고
누가 먼저 내려칠지를 지켜보는 형국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
멀고도 낯선 땅에서
미국의 청년들이 싸웠다.
그들은 지도를 펼치고
한반도의 이름을 배웠고,
그 겨울의 추위를 견뎠다.
북위 38도선 위에서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고,
그 전쟁은 끝나지 않은 채
잠시 멈춰졌다.
그리고 쿠바,
그 작은 섬이
세계 전체를 흔들었다.

 

1962년, 미사일 위기.
케네디와 흐루쇼프.
그들은 종이 위의 펜촉처럼 맞서 있었고,
단 한 번의 오판이
세계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었다.
그 일촉즉발의 순간에
인류는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무기의 무게를 실감했다.
그러나 냉전은 단지 무기의 싸움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념과 문화, 철학과 방식의 경쟁이었다.
소련은 계획경제로,
미국은 자유시장으로 승부를 걸었다.
학교에선 '공산주의의 위험'을 가르쳤고,
신문은 '간첩'의 소문으로 가득 찼다.
그 시절의 미국은
외부의 적만큼 내부의 긴장을 경계했다.
매카시즘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들은 의심받았고,
배우와 작가, 교수들이
말 한마디로 직장을 잃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두려움은
때로 자유를 억눌렀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목소리를 냈다.

 

1955년, 몽고메리.
흑인 여성 하나가 버스 자리를 거부했다.
로사 파크스.
그녀의 침묵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되었다.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
그리고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
그들은 걷고, 외치고,
때로는 쓰러지며
자유와 평등의 뜻을 되새겼다.
미국은 바깥의 전쟁만이 아니라
자신 안의 전쟁도 겪고 있었다.
흑인의 권리, 여성의 권리, 성소수자의 권리.
권리는 여전히 싸워야 얻는 것이었고,
헌법 위에 손을 얹은 사람들조차
그 싸움의 길 위에 있었다.

 

1969년, 인간은 달에 닿았다.
그것은 기술의 승리였고,
동시에 체제의 자부심이었다.
우주는 새로운 전선이 되었고,
별과 행성조차
냉전의 그림자 아래 놓였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베트남의 정글에서 가장 진하게 드리웠다.

 

1960년대, 미국은
‘자유를 지킨다’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긴 전쟁에 들어섰다.
베트남전.
젊은이들은 차출되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전장과 캠퍼스에서 동시에 울렸다.
“왜 우리는 싸우는가?”
그 물음은 점점 커졌고,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피로해지던 시점에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롤링 스톤즈, 밥 딜런, 히피.
그들은 저항했고,
때론 외면했고,
때론 단지 음악으로 말하고자 했다.

 

그리고 1970년대,
미국은 자국 대통령의 거짓과 마주했다.
워터게이트.
리처드 닉슨은 물러났고,
사람들은 정치의 민낯을 보았다.
믿음은 깨졌지만,
법은 작동했고,
민주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세계는 점점 피로해졌으며,
소련의 경제는 지쳐갔다.

 

그리고 마침내, 1991년.
소련은 조용히 붕괴했다.
붉은 깃발은 내려졌고,
공산당은 해체되었다.
그 순간,
냉전은 끝났다.
전쟁은 선언 없이 시작되었고,
평화는 환호 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미국은,
다시 혼자 남게 되었다.
더 이상 두 축이 아닌,
하나의 세계,
그리고 하나의 책임.
초강대국.
그 말이 이제는
무게로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