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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일교를 둘러싼 시대의 질문: 종교와 권력이 만날 때 벌어지는 일들

 

통일교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종교다.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갔고, 종교의 영역을 넘어 정치·경제·언론·문화에 이르기까지 한 사회의 거의 모든 층위를 관통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존재감은 언제나 찬사와 비판, 신앙과 의혹 사이를 오갔다. 통일교를 이해하려면 단순한 ‘종교 단체’라는 범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통일교는 한국의 근대화와 세계적 냉전 체제, 종교 시장의 변화가 모두 겹쳐 탄생한 복합적인 현상이다.

 

이 종교가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이유는 교리보다 ‘영향력’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설립자인 문선명 총재가 생전에 구축한 네트워크는 하나의 종교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했다. 해외 정치인들과의 교류, 언론사 인수, 기업 설립, 대형 국제행사 개최까지 통일교의 활동 영역은 신앙 공동체를 넘어 일종의 국제적 플랫폼처럼 확장됐다. 신자들은 이를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 활동’이라고 설명했고, 비판하는 이들은 ‘종교가 스스로 권력을 구축한 사례’라고 해석했다. 이렇게 통일교는 종교와 세속 권력이 충돌하는 지점을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통일교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가장 큰 논쟁은 ‘정체성’이다. 어떤 이는 종교적 신념으로 이해하고, 어떤 이는 사회·경제적 조직으로 바라본다. 두 시선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신자 개인에게 통일교는 신앙의 대상이지만, 바깥에서 보기에는 기업 구조와 유사한 운영 방식, 국제 네트워크, 정치적 행보가 종종 더 크게 부각된다. 이중 구조는 한국 사회가 종교의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지 다시 묻는 지점이기도 하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리는 그것을 신앙의 결과로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조직의 전략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대목은 통일교의 ‘집단성’과 ‘충성 구조’다. 거대한 공동체가 가진 결속력은 때로 외부와의 긴장을 낳는다. 단체 결혼식, 경제적 헌금 구조, 교단 기업과의 관계 등은 통일교를 바라보는 대중의 의문을 꾸준히 자극해왔다. 신자들은 이를 신앙적 헌신으로 설명하지만, 사회는 그 헌신이 어디까지 개인의 자유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문제 삼는다. 종교적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경계가 흔들리는 지점에서 통일교는 늘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통일교를 둘러싼 시각은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세대가 교체되면서 종교에 대한 기대와 태도도 달라졌다. 젊은 세대는 특정 종교가 거대한 조직을 이루고,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조직보다 개인의 신앙 경험을 더 중시하는 시대에, 통일교가 과거와 같은 형태로 세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통일교는 이미 거대한 세계 네트워크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단순한 쇠퇴나 약화로 설명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통일교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연결된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통일교 논쟁의 핵심은 종교가 사회에서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신앙 공동체는 사회적 존재인 동시에 개인적 믿음의 터전이다. 그러나 그 공동체가 정치·경제적 힘을 갖게 되면, 그 순간부터 종교는 더 이상 믿음만의 영역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통일교는 이 지점에서 가장 극명한 사례를 제공한다. 종교가 스스로 권력이 될 때 어떤 감시가 필요하고, 어떤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묻는 문제다.

 

그리고 이 질문은 비단 통일교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 한국 사회의 종교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종교적 자유가 중요한 만큼, 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때의 투명성과 책임도 중요하다. 그 균형을 찾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통일교는 단순한 현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며, 종교와 사회가 부딪히는 문제의식이 가장 짙게 남아 있는 사례다. 통일교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종교가 사회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통일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종교와 권력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